재경위 한나라의원들 “産銀 現代대출 청와대서 압력”

  • 입력 2003년 2월 14일 19시 07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14일 산업은행 정건용(鄭健溶) 총재를 출석시켜 대북 비밀송금 사건과 관련한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대출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산업은행이 무리하게 현대상선에 4000억원을 대출한 것은 청와대를 비롯한 권력 실세의 압력 때문이라고 몰아붙였으나 산업은행측은 이를 부인했다.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 의원은 “그 많은 돈을 산업발전에 쓰지 않고 대북 뒷돈 대주는 데 이용당하는 한심한 은행관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권력의 하청인 노릇을 언제까지 할 것이냐”고 다그쳤다. 그는 이어 “이런 반국민적 은행이 왜 존재해야 하느냐”며 “산은은 은행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김동욱(金東旭) 의원은 “산은은 2000년 현대상선의 주거래은행도 모르게 4000억원을 단 이틀 만에 대출해 주고 서류를 조작하는 등 추악한 대북 뒷거래의 자금줄 노릇을 했다”며 관련자 엄중 문책을 요구했다.

정 총재는 “나는 (진상을) 아는 바 없다. 밝힐 입장에 있지 않고 그럴 능력도 없다”면서 문책과 관련해서는 “박상배 부총재는 해임 제청을 했고 실무자 3명은 징계할 예정이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정의화(鄭義和) 의원은 “권력이 주인인 은행이 있어선 안 된다. 산업은행이 민영화돼야 한다. 이제는 재경부 관료 출신이 은행 총재나 행장으로 가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외압이 있었고 박상배란 사람이 총대를 멘 것 같다고 진솔하게 말하라”고 다그쳤다. 그러나 정 총재는 “가정해서 말할 수는 없다”고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민주당 김영환(金榮煥) 의원도 “현대상선에 대한 신용공여가 초과한 상태에서 산은이 추가 대출한 것은 불법 아니냐”며 “무조건 몰랐다고만 해서는 설득이 안 된다.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게 국민을 설득하는 유일한 방안이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정 총재는 “(대출 자체는) 명백한 법 위반이다”고 시인하면서도 외압 부분은 강하게 부인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나라당 이완구(李完九) 의원은 답답한 듯 “여당 의원도 납득할 수 없는 말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여러분도 참담할 것이다. 여러분 책임이라기보다는 정치권력이 문제다”고 말했다.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 담화에 미흡한 게 있다면 국회에서 비공개로 보완하자”(김효석·金孝錫) “의혹이 많이 해소됐다. 과거에 집착하지 말자”(강운태·姜雲太) “산은을 상대로 추궁할 일이 아니다”(임종석·任鍾晳)며 산은을 감쌌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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