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들은 산업은행이 무리하게 현대상선에 4000억원을 대출한 것은 청와대를 비롯한 권력 실세의 압력 때문이라고 몰아붙였으나 산업은행측은 이를 부인했다.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 의원은 “그 많은 돈을 산업발전에 쓰지 않고 대북 뒷돈 대주는 데 이용당하는 한심한 은행관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권력의 하청인 노릇을 언제까지 할 것이냐”고 다그쳤다. 그는 이어 “이런 반국민적 은행이 왜 존재해야 하느냐”며 “산은은 은행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김동욱(金東旭) 의원은 “산은은 2000년 현대상선의 주거래은행도 모르게 4000억원을 단 이틀 만에 대출해 주고 서류를 조작하는 등 추악한 대북 뒷거래의 자금줄 노릇을 했다”며 관련자 엄중 문책을 요구했다.
정 총재는 “나는 (진상을) 아는 바 없다. 밝힐 입장에 있지 않고 그럴 능력도 없다”면서 문책과 관련해서는 “박상배 부총재는 해임 제청을 했고 실무자 3명은 징계할 예정이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정의화(鄭義和) 의원은 “권력이 주인인 은행이 있어선 안 된다. 산업은행이 민영화돼야 한다. 이제는 재경부 관료 출신이 은행 총재나 행장으로 가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외압이 있었고 박상배란 사람이 총대를 멘 것 같다고 진솔하게 말하라”고 다그쳤다. 그러나 정 총재는 “가정해서 말할 수는 없다”고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민주당 김영환(金榮煥) 의원도 “현대상선에 대한 신용공여가 초과한 상태에서 산은이 추가 대출한 것은 불법 아니냐”며 “무조건 몰랐다고만 해서는 설득이 안 된다.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게 국민을 설득하는 유일한 방안이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정 총재는 “(대출 자체는) 명백한 법 위반이다”고 시인하면서도 외압 부분은 강하게 부인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나라당 이완구(李完九) 의원은 답답한 듯 “여당 의원도 납득할 수 없는 말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여러분도 참담할 것이다. 여러분 책임이라기보다는 정치권력이 문제다”고 말했다.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 담화에 미흡한 게 있다면 국회에서 비공개로 보완하자”(김효석·金孝錫) “의혹이 많이 해소됐다. 과거에 집착하지 말자”(강운태·姜雲太) “산은을 상대로 추궁할 일이 아니다”(임종석·任鍾晳)며 산은을 감쌌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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