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은 이날 밤 금강산에 위치한 해금강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업계획서에 합의할 때 북한은 어떤 돈이 들어오더라도 현대에 맡기겠다고 했다"며 "(사업권 대가인) 5억달러는 확보한 사업권 성격에 비하면 돈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이어 "일본이 먼저 금강산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 북측과 접촉을 벌였으나 '금강산을 일본에 빼앗길 수 없다'는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명예회장의 지시로 사업권을 서둘러 확보했다"며 "일본 투자자들이 현대가 북한과 맺은 사업내용을 다 안다면 북한에 투자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금액수가 5억달러가 맞느냐'라는 질문에 그는 "돌아가서 계산해봐야 알겠다"며 "현대아산이 무슨 돈이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국가정보원을 통해 2억달러를 북한에 송금한 현대상선 등 다른 현대 계열사들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대북 송금과 남북정상회담간 연관성에 대해 부인하면서도 "남북정상의 만남이 우리 사업에 대한 보장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혀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2000년 8월 22일 현대가 아태평화위와 체결한 합의서에 '양측 당국의 승인을 받았을 때 발효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고 발언, 남북정상회담 성사가 현대의 대북사업을 보장하는 일종의 '필요조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임동원(林東源) 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보도 이날 낮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한 박지원(朴智元) 당시 문화부장관과 송호경(宋浩景) 아태평화위 부위원장간 면담을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등이 주선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사장은 또 다음달로 예정된 평양체육관 준공식 때 대규모 방문단을 평양에 데려갈 것이며 남녀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경기를 평양체육관에서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덧붙였다.
금강산=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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