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 지경까지 온 한미동맹 50년

  • 입력 2003년 2월 16일 18시 48분


봄이 다가오고 있으나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생각하는 책임감 있는 사람들은 봄을 느낄 만한 여유가 없다. 북한 핵문제는 악화되고, 김대중 대통령은 대북 비밀송금 의혹에 대해 사과했으나 진상을 제대로 밝히지 않아 국민의 분노만 촉발시켰다. 그렇지 않아도 소수정부를 이끌어야 할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취임준비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많은 국민의 가슴은 여전히 엄동설한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동아일보사가 ‘북한: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해법’을 주제로 공동 개최한 한미동맹 50주년 기념 정책포럼도 한반도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절감케 한다.

한미동맹의 현주소는 양국 관계가 어떤 단계에 있는지, 양국이 공통현안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통해 점검할 수 있다. 우선 동맹 50주년을 맞아 축제를 벌여야 할 양국관계는 최악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얼어붙었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이견과 곧 시작될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 논의는 양국관계를 더욱 긴장시킬 소지가 있다. 포럼에 참석한 한미 양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의 전문가 50여명은 ‘북한 핵문제에 있어 여러 측면에서 한미간에 견해 차이가 있음을 확인한다’는 말로 한미관계를 진단했다.

이번 포럼은 격식이나 홍보에 주력하는 ‘보이기 위한 모임’이 아니라 북한 핵문제와 한미동맹의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한미 정부에 권고하기 위한 ‘격의 없는 토론의 무대’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참석자들은 토론 결과를 5개항의 정책권고안으로 요약했다. 권고안 가운데 한미 양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실행계획과 전략,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한계선을 공동으로 설정하라는 제안과 북한과 미국에 대화를 위해 2002년 10월 이전으로 돌아가라는 권고는 특히 돋보인다.

남북한과 미국 등 관련국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취임을 앞둔 노무현 당선자는 5개국 전문가들의 진단과 제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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