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은 또 “정상회담이 남북경협 외에 남북간 긴장 해소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생각해 정부와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현대측이 먼저 북측에 (정상회담) 의사를 타진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날 오후 금강산 육로 시범관광을 마치고 돌아와 강원 고성군 금강산콘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각종 대북 사업권 획득뿐 아니라 남북정상회담 성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5억달러를 송금했다”며 “대북송금이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은 사실이라고 판단한다”고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은 이어 “대북경협사업은 남북 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정부 당국의 지원과 이해가 불가피했고 현대는 그동안 정부와 긴밀한 협의와 조율의 과정을 거쳐 사업을 진행해 왔다”고 밝혀 대북송금과 경협사업 추진 과정에 정부가 깊숙이 개입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그는 또 “5억달러라는 송금 규모는 북쪽과 최종 합의한 것”이라면서 “북쪽에서 정식합의서 체결에 앞서 송금해줄 것을 요구했고, 북쪽과 사업할 때는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미리 송금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 회장은 이날 △5억달러 중 나머지 3억달러의 조성 경위 △구체적인 송금 시점과 방법 △국정원의 편의제공 내용 △산업은행 대출 배경 및 경위 등 핵심 의문점들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피해 의혹을 오히려 증폭시켰다.
그는 “북측에서도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공감해 2000년 3월8일 박지원 대통령비서실장과 송호경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의 첫 번째 만남을 (현대가) 주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7대 대북사업 독점권 합의서를 공개하지 못한 것은 대북사업에 관심을 보여온 일본, 독일 등과의 불필요한 경쟁과 마찰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은 14일 밤 금강산 해금강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업계획서에 합의할 때 북한은 (북한에) 어떤 돈(자본)이 들어오더라도 (사업권은) 현대에 맡기겠다고 했다”며 “5억달러는 확보한 사업권에 비하면 돈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본이 먼저 금강산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 북측과 접촉을 벌였으나 ‘금강산을 일본에 빼앗길 수 없다’는 고(故)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의 지시로 사업권을 서둘러 확보했다”고 말했다.
고성=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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