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회장 일문일답]“내가 먼저 北에 정상회담 타진”

  • 입력 2003년 2월 16일 22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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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鄭夢憲) 현대 아산이사회 회장은 16일 “북한에 송금한 5억달러는 7대 사업 독점권의 대가였으나 결과적으로 이 돈이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정부가 송금 경위를 발표한 2억달러 이외에 나머지 3억달러에 대한 자금 조달 및 경위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혀 배경에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음은 정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5억달러의 용도는….

“7대 사업 독점권에 대한 대가였으나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어서 회담 성사에도 기여한 것으로 생각한다.”

―5억달러 규모는 누구와 결정했는가.

“2000년 5월경 북측과 최종 합의했다. 정부는 금액에 대해 개입하지 않았다.”

―송금은 언제 했나.

“6월경인 것으로 생각하나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송금 방법은….

“밝힐 의사가 없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서둘러 송금한 이유는….

“북쪽이 8월 경제협력사업 합의서 교환 전에 송금할 것을 요청했다. 북측과 사업을 할 때 신뢰가 중요하고 빠른 송금만이 대북 사업의 성공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조기 송금이 남북정상회담 개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송금 때문에 정상회담 일자가 연기됐다는 의혹이 있는데….

“전혀 사실무근이다.”

―5억달러 송금 건과 관련해 남측 정부 당국자와 협의했나.

“안 했다.”

―5억달러 이외에 추가로 제공한 돈은 있나.

“없다.”

―3억달러에 대한 설명이 없다.

“5억달러 전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자리에서 공개할 수 없다. 깊은 이해를 바란다.”

―현대건설과 현대전자도 북한에 돈을 송금했나.

“자세히 이야기할 수 없다.”

―주거래 은행이 외환은행인데 굳이 산업은행에서 대출받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

―대북 송금이 정상회담에도 기여했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DJ정부가 들어선 98년 이후 마땅한 남북간 대화통로가 없었다. 남북정상회담이 현대 아산의 대북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내가 북측에 먼저 의사를 타진했고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과 송호경 아태부위원장과의 첫 번째 면담을 주선했다.”

―박 장관과 송 위원장의 첫 만남 일시와 장소는….

“2000년 3월8일 싱가포르였다.”

―이후 중국 베이징에서 남북정상회담 사전 접촉이 열릴 때 이익치 당시 현대증권 회장과 배석했는가.

“아니다. 첫 만남을 주선한 이후 배석한 적이 없다.”

―정부가 현대를 끌어들인 것인가, 현대가 정부를 끌어들인 것인가.

“현 정부 출범 이후부터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여러 번 언급했다. 나도 대북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보증 필요성을 느꼈고 북측도 공감했다. 정상회담을 북쪽에 먼저 제안했고 첫 면담이 성사됐다.”

―7대 사업에 대해 정부 승인을 받지 못했는데….

“통일부 관계자가 ‘사업 내용이 북한 경제 전반에 걸친 방대한 사업이라 처리할 수 없다’며 ‘사업 하나 하나가 구체화될 때 정식 제안하라’고 해 여태껏 지체된 것이다.”

―특검을 추진하고 있는데….

“당연히 응하겠다.”

―이 자리에서 말하지 못한 것을 특검에서 밝힐 수 있나.

“이 내용이 전부다.”

금강산=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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