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000년 미확인輸入 급증…무기구입 의혹

  • 입력 2003년 2월 18일 06시 35분


북한은 현대가 2000년 중 비밀송금한 5억달러 가운데 상당 부분을 기계류와 전기전자제품, 기타품목을 수입하는 데 쓴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세관에서 확인되지 않은 품목인 기타품목의 수입이 2000년에는 1999년보다 갑절로 늘어나 송금액 중 일부를 무기 수입용으로 썼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억달러 중 일부는 무기수입에?〓KOTRA가 내놓은 ‘2000년 북한의 대외무역동향’에 따르면 품목을 알 수 없는 기타품목의 수입실적이 2000년엔 1억8351만달러로 99년의 9272만달러에 비해 9079만달러(97.9%)나 증가했다.

전체 수입이 45.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증가율이다.

KOTRA 북한팀 관계자는 “기타품목은 어떤 품목인지 확인할 수 없는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밝히기 어려운 수입품목을 기타로 처리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가운데 무기가 섞여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엄낙용(嚴洛鎔) 전 산업은행 총재도 작년 10월4일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6월 서해교전을 보면서 우리의 지원자금에 의해 (북으로부터) 공격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2001년 기타품목 수입액은 1억7850만달러로 2000년보다 2.3% 감소했다.

▽송금액 중 상당 부분은 수입결제에 쓰였다〓북한의 수출실적은 99년 5억2000만달러, 2000년 5억6000만달러, 2001년 6억5000만달러로 증가율이 크지 않다. 반면 수입실적은 99년 9억6000만달러, 2000년 14억1000만달러, 2001년 16억2000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무역적자는 같은 기간에 4억4000만달러, 8억9000만달러, 9억7000만달러로 급증하는 추세.

KOTRA는 북한의 수입이 급증한 데 대해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협사업에서 벌어들인 외화를 수입결제에 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북한경제팀 박석삼 과장도 “북한은 자급자족형 경제여서 현대의 송금액은 대부분 수입결제에 쓰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입품목 가운데는 기계류의 수입증가가 두드러졌다. 2000년 기계류 및 전기전자제품 수입액은 2억605만달러로 전년보다 51.9% 늘었다. 기계류 수입 증가는 주로 발전기 등 공장 개보수를 위한 부품수입과 산업설비 투자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KOTRA는 분석했다. KOTRA는 또 “북한이 아직 식량난과 에너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남북경협 활성화 및 외부지원에 힘입어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인프라 정비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북 송금액 5억달러가 북한경제에 주는 의미=북한에서 5억달러는 한국 경제규모로 따지면 138억달러에 달하는 거금이다. 북한의 2000년 국내총생산(GDP)은 169억달러로 5억달러는 GDP의 3%에 해당한다. 한국의 GDP는 2000년 4617억달러였다.

무역액으로 따지면 가치는 더 커진다. 북한의 무역총액(수입+수출)은 2000년 19억7000만달러로 5억달러는 무역총액의 25%에 해당한다. 이를 한국의 무역규모로 환산하면 832억달러에 이른다.

또 2000년 북한 예산(96억달러)으로 따지면 5.2%에 해당한다.

박 과장은 “한국에 5억달러는 그다지 큰 액수가 아니지만 북한은 전체 수입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거금”이라며 “매년 5억달러를 꾸준히 투입한다면 북한은 플러스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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