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의 한 국장은 18일 청와대 비서관 인사에 관료들이 철저히 배제된 데 대해 우려를 감추지 못하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관가에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관료를 ‘개혁의 걸림돌’로 보고 있으며, 개혁을 독점하겠다는 핵심 측근들의 시각이 청와대 비서관 인선 결과에 그대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개혁독점’ 우려=경제부처의 한 간부는 “관료들이 청와대에 들어가면 개혁이 제대로 안 된다는 생각에서 공무원들을 제외한 것 같다”면서 “훈련된 전문가 집단인 관료를 제쳐두고 개혁을 혼자 하겠다는 것은 ‘편가르기’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총리실의 한 간부도 “관료들은 청와대의 손발 역할이나 하라는 뜻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흥분했다.
대선 과정에서 노 당선자의 승리에 공이 큰 386세대 핵심 참모들이 청와대에 전진 배치된 데 대해서도 비난이 많았다. 경제 부처의 한 공무원은 “선거라는 ‘이벤트’ 관리와 국가 경영전략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면서 “국가경영은 열정만으로 성공할 수 없으며 관료들과 등을 지겠다는 발상은 더욱 위험하다”며 측근 편중인사를 경계했다.
특히 외교통상부에서는 지금까지 고위 외교관이 맡아온 대통령의전비서관에 노 당선자의 측근인 서갑원(徐甲源) 비서실의전팀장이 내정된 데 대해 “공무원이 아닌 측근이 의전비서관을 맡으면 권력 실세가 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각 부처에서는 청와대의 3급(부이사관) 이하 행정관 자리 인선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예전에는 청와대 근무를 ‘가문의 영광’으로 여겼지만 새 정부에서는 청와대에 들어가 봐야 나이 어린 386세대 참모들 밑에서 복사나 하고 부처에 전화나 돌려야 하는데 누가 청와대로 들어가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부처와의 업무단절 우려=청와대와 정부 부처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행정부처를 설득할 수 있는 차관보나 관리관급(1급) 간부가 있어야 한다는 게 공무원들의 주장이다.
환경부의 한 공무원은 “DJ 정부 때도 청와대 비서진을 ‘점령군’이라고 했지만 관료 출신이 40%는 남아 있었다”며 “지금은 부처출신이 한 사람도 없어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현안을 어디에 설명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당장 청와대와 부처 사이의 업무협조에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비서관 31명 중 안면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앞으로 어떻게 청와대와 업무협조를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 전처럼 공무원들이 청와대로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행정자치부의 한 국장은 “1년 정도의 설계 기간이 끝나면 전문성이 있는 공무원들로 비서진을 교체하게 될 것”이라고 희망 섞인 관측을 했다.
이에 대해 노 당선자측은 “청와대에 공무원을 가급적 배제한 것은 청와대가 일일이 부처를 장악한다는 기존 사고에서 벗어나 비서실의 참모기능에 무게를 두겠다는 취지”라며 “부처가 청와대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적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 각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관 비교
노무현 정부(37명중 31명) | 김대중 정부(32명) | 김영삼 정부(37명) | |
평균 나이 | 44.5세 | 47.8세 | 46.7세 |
출신지 | △광주·전남 6명 △전북 5명 △충남·북 4명 △대구·경북 4명 △서울 3명 △부산·경남 3명 △강원3명 △경기 2명 △제주1명 | △서울 10명 △광주·전남 5명 △전북 3명 △대구·경북 5명 △경기 4명 △부산·경남 2명 △대전·충청, 강원, 이북 각 1명 | △부산·경남 12명 △대구·경북 8명△서울 4명 △광주·전남 3명 △전북 2명 △충남 4명 △충북 1명 △강원 1명 △이북 2명 |
출신 | △공무원(별정직) 2명 △학계 2명 △법조 4명 △당료 및 정치인 23명 | △공무원 22명 △당료 5명 △법조 2명 △언론 2명 △학계 1명 | △공무원 16명 △당료 및 정치인 10명 △언론 4명 △법조 2명 △학계 2명 △재야 등 기타 3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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