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한상의 북핵관련 발언내용

  • 입력 2003년 2월 19일 14시 25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는 19일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간담회에서 북한핵 문제와 한미관계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미국의 무력대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할 때 필요하다면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무력공격은 가능성 검토도 반대=노 당선자는 이날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북한에 대한 무력공격은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무력을 쓸 수 있다는 미국 강경론자들의 주장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는 국제사회에 분명한 무력사용 반대의사를 밝혀둬야 사태가 더욱 나빠졌을 때 최악의 선택을 피할 수 있다는 당선자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 당선자는 "외교 전문가들이 '절대 전쟁은 안 된다'면서 동시에 '절대 미국과 다른 얘기를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면서 "두 얘기가 서로 모순되는 것이어서 지금으로서는 (미국과) 다른 얘기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노 당선자는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여전히 돈독하고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자신이 반미주의자로 비춰지거나 북핵 문제 외의 문제로 미국과 의견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강하게 경계했다.

"촛불 시위하는 청년들과 기분 맞춰 반미할 생각이 전혀 없다" " 당장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조항을 개정해 달라며 미국과 트러블을 일으킬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해외 투자가 위해서도 전쟁 막아야=노 당선자는 북한 핵 문제로 한국 정부가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해외 투자가들의 움직임을 들었다.

그는 "한국이 미국과 협력해 북한을 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한반도에 투자하려는 세계 투자가들을 불안하게 할지, 안심시킬지 판단해야 한다"면서 "세계 투자가들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한반도를 안전하고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력공격 가능성을 배제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왜 미국과는 다른 얘길 할 수 없나"는 식의 이전 발언의 수준에 비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주 5일 근무제 반드시 도입=노 당선자는 "창의력이 경쟁력의 중심이 되는 지식기반사회에서 주5일 근무제는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고 말해 제도도입을 기정사실화 했다.

노 당선자는 또 노사간 의견차이가 큰 만큼 적절한 때 정부가 개입해 주5일 근무제 도입의 시기와 절차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어려움을 겪게될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가 지원수단을 마련해 충격을 완화하겠다고 기업인들에게 약속했다.

제조업 분야 산업공동화와 관련, 노 당선자는 "경제논리로 공장을 (해외로) 옮기겠다면 수용해야 하겠지만 경제논리가 아닌 불안심리로 대한민국을 떠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조업체들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의 흐름과 적절한 수준의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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