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올 초부터 당 개혁특위를 구성, 당 개혁 작업에 나섰으나 이 과정에서 당의 주도세력 교체 문제를 놓고 신구 주류 및 개혁파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심각한 갈등을 겪어왔다.
특히 한 대표는 일찌감치 “마음을 비웠다. 한시도 이 자리에 머물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차기 당권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개혁파 의원들은 사퇴 압력을 늦추지 않았다. 한 대표는 최근에는 ‘개혁독재’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일부 개혁파를 비난하기도 해 사퇴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었다.
그러나 한 대표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 취임 전 사퇴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킴으로써 당내 갈등은 일단 해소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사퇴 선언에 앞서 청와대와 노 당선자측, 당내 최고위원들에게 자신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의 사퇴로 민주당의 개혁작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일단 신주류의 입지가 넓어지면서 당 개혁작업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신주류측 김원기(金元基) 개혁특위위원장과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 및 이해찬(李海瓚) 김경재(金景梓) 의원 등은 이날 오후 긴급 회동해 당 진로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당 대표직을 승계한 정 최고위원은 24일 열릴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 전원이 동반 사퇴함으로써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자”고 제안한 뒤 동반사퇴가 만장일치로 수용되지 않을 경우 당 개혁안 문제 및 임시 지도부 구성 문제를 논의할 당무위원회의를 주재하는 등 대표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7일 당무위원회의에서 개혁안이 통과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며 임시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할 지도 아직 정리가 안 돼 있는 상태여서 당분간 과도 지도부 형태로 당이 운영될 가능성도 있다.
신기남(辛基南) 의원 등 개혁 강경파는 “현 지도부가 전원 사퇴하고 완전히 새롭고 중립적인 임시 지도부를 즉각 구성하자”는 입장이고, 다른 개혁파 의원들은 임시 지도부를 즉각 구성하되 화합 차원에서 몇몇 구주류측 인사도 지도부에 넣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김태랑(金太郞) 최고위원은 “한 대표 사퇴를 계기로 당을 추스르고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현 최고위원들이 당 개혁방향이나 새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한 전당대회 문제 등을 놓고 중의를 모아야 한다”며 개혁파의 임시 지도부 구성 방식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또 신주류측 일각에서는 임시 지도부를 구성해 6개월 뒤 전당대회를 열 때까지 당을 운영토록 한 개혁안을 수정해 3, 4월경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새 정부의 개혁작업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어 전당대회 시기 문제를 두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