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회견은 노 당선자가 대선 이후 국내 언론과 가진 첫 기자회견이었다.
▼대북 송금사건▼
―대북 송금사건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이 사건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일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국민에게 밝히는 것이 옳고 책임도 지워야 한다. 다만 국경 넘어 있는 여러 사람과 사실에 관해 너무 소상하게 보도했을 때 남북관계와 외교관계에 상당히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는 수사를 자제하는 것이 옳다. 그래서 국경 바깥의 일과 안의 일을 나눠 적절하게 조사하고 국민의 대북정책에 대한 인식을 분열시키지 않는 수준에서 사실을 밝혀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조절할 수 있는 권위를 가진 기관은 국회밖에 없다.”
―새로 취임할 대통령이 직접 국민을 설득하는 방법은 어떤가.
“설득에는 전제가 있다. 누군가가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최선을 다해 국민을 설득하려는 여러 쪽의 노력이 결합되었을 때 ‘이것을 이렇게 매듭지읍시다’라고 하는 나의 설득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나는 법에 따라 갈 수밖에 없다.”
▼SK 검찰수사▼
―SK 검찰수사 건에 대해 사전보고를 받지 않았나.
“다음날 아침 언론 보도를 보고 제일 먼저 드는 걱정이 ‘어이쿠, 보도에서는 재벌 길들이기로 나오지 않겠나’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 사건과 몇몇 거론되는 사건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검찰더러 ‘야, 이거 심한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없고 또 ‘화끈하게 해라’, 이렇게 말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
―SK 같은 수사가 문제있는 다른 기업에도 형평성 있게 적용돼야 하지 않나.
“그렇다. 지금 더 고칠 것도 없다. 법대로만 하면 된다. 조세법률주의라는 법 해석을 대법원에서 조금 유연성있게, 유통성있게 해석하면 된다. 법대로 하면 (부의) 대물림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우리는 정당한 대물림은 하되 부당한 대물림은 허용하지 말자는 것이다.”
▼386출신의 청와대 포진▼
―대통령비서진에 386세대, 또는 이념형의 인물들이 포진했다는 우려가 있는데….
“십수년 동안 내가 계속 들어왔던 우리 사회의 과제는 ‘변화’와 ‘개혁’이었다. 변화를 얘기하면서 실제로 변화를 위한 인사를 하면 지나치다고 하는 것은 변화하지 말자는 것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과 일을 같이 하라고 하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뽑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변화를 싫어하는 일부 언론이 그렇게 쓰는 것이다. 일부 언론들을 봐라. 무슨 족벌세습체제, 기득권 체제 등을 고스란히 갖고 앉아서 실제로 변화와 개혁에 대해 사사건건 딴죽걸고 발목을 잡고 있다.”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이 ‘신당창당’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크게 내다봐서 결국 한국 정치는 개혁돼야 하고 그렇게 나가게 돼 있다. 내 임기 5년 동안에는 지난 대선 때보다 훨씬 더 앞으로 나간 개혁적인 정치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언론개혁▼
―언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옛날에는 정권에 불리한 보도가 나오면 그 보도를 ‘좀 빼달라’ ‘고쳐달라’며 앞으로 우호적인 기사를 써줄 것을 기대해서 자주 만나고 ‘소주 파티’를 하고 향응을 제공하고 했다.이것이 언론의 자세를 해이하게 만들고 지나치게 자만하게 했다. 이번 청와대와 정부는 어떤 불리한 기사에 대해서도 인간적 관계를 통해 해소하려고 하지 않고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청와대에서 가판신문을 안 보겠다는 뜻인가.
“그렇다. 가판을 보고 비정상적으로 협상하는 것을 일절 금하고 모든 보도에 원칙대로 대응하라고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굉장히 우리에게 고통스러울 것이다. 더욱더 비합리적인 공격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참아내면서 언론이 정확하게 보도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대응할 생각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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