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본보가 입수한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 운영방안’ 문건 내용은 노 당선자가 강조해 온 ‘토론공화국’을 청와대에서부터 실천한다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실험’인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의 투톱 체제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면 노 당선자의 핵심 측근인 이광재(李光宰) 국정상황실장에게 과도한 힘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우려된다.
▽각종 회의는 정책과 현안 중심으로=국무회의는 다음달 3일 또는 4일 열릴 예정인 첫 회의만 ‘법령안 심의→부처 현안보고→대통령 당부말씀’ 순의 기존 방식대로 진행하고 그 후부터는 긴급 사안이 아닌 부처 보고는 생략하는 등 운영방식이 크게 바뀐다.
국무회의 참석자(현재 44명)도 실질적 토론을 위해 크게 줄이고 영상회의도 활성화한다.
또 국정 현안에 대한 격의 없는 논의가 수시로 가능하도록 관계장관과 대통령수석비서관간의 전화회의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대통령의 국무회의 주재 횟수가 ‘월 1회 또는 주요 현안 발생시’로 줄어드는 대신 늦어도 다음달 중순부터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 같은 과제별 관계 장관회의가 본격화된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모든 외부 회의는 통일외교안보(국가안보보좌관), 정치(정무수석), 부패방지 및 공직기강(민정수석) 관련 회의를 제외하고는 정책실의 기획조정비서가 회의준비와 진행에 관한 실무 전반을 맡도록 했다.
한편 실장 및 수석비서관의 대통령 대면 및 전화 수시 보고도 적극 활용해 토론을 활성화하고 이 경우 관련 1, 2급 비서관의 직접 보고도 가능토록 했다.
이 문건은 ‘미국의 대이라크전 발발시 긴급 수석·보좌관회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비상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발발 시기에 따라 심야회의도 개최한다’고 적시했다.
▽청와대 내 정보보고 공유=국정상황실에서 분야별 정책 이슈, 홍보 소재, 국정상황을 담은 A4용지 7쪽 내외의 일일 정규보고서를 만들어 비서실이 공람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다만 보안이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대통령 보고용’을 별도로 작성한다.
또 그동안 비서실 의사소통이 ‘비서관→수석비서관→대통령(또는 비서실장→대통령)’식으로 상하간에 이뤄져 횡적인 정보교류 및 협력이 미흡했다는 판단에 따라 중산·서민층 대책 같이 범비서실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사안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키로 했다.
이 문건은 특히 ‘대통령의 주요 연설문의 경우 홍보수석 주관으로 1개월 전부터 준비할 것’을 지적하고 그 이유에 대해 ‘대통령님의 언사(메시지) 관리가 앞으로 정국운영의 핵심이다. 따라서 대통령님 메시지 기획 TF를 구성해 발언의 내용 및 일관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막강’ 국정상황실장=새 청와대의 국정상황실은 안보상황실 역할을 NSC에 넘겨주는 등 일부 업무가 줄어들었으나 더욱 막강한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 따르면 비서실장 정책실장 국가안보보좌관의 ‘빅3 회의’는 주 1회 이상 정례화하는데, ‘필요하면’ 국정상황실장과 홍보수석이 배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국정상황실의 일일 정규보고서에는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하는 중요 정보사항을 제외한 일반보고 사항을 망라하기로 함에 따라 그 내용이 역대 어느 때보다 풍부해질 전망이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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