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美日中러와 취임외교]北核해법 밑그림 그린다

  • 입력 2003년 2월 24일 19시 08분


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방한한 한반도 주변 4강 대표들. 위에서부터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첸치천 중국 부총리,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 -연합
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방한한 한반도 주변 4강 대표들. 위에서부터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첸치천 중국 부총리,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 -연합

《25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취임식 직후 이뤄질 한반도 주변 4강 외교가 주목된다. 노 대통령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비롯해 취임식 참석차 방한한 4강 주요 인사들과 ‘취임식 외교’를 가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보통 취임식은 각국 대표들과 선린우호 관계를 재확인하는 ‘이벤트’에 그치겠지만, 때가 때인지라 25일 취임식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북한 핵문제와 한미관계 같은 현안을 직접 조율할 수 있는 ‘외교현장’이 될 공산이 크다.》

▼고이즈미와 첫 정상회담…日협력 요청▼

▽한일관계=외교부 당국자는 24일 “한일 정상회담은 노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가 첫 만남을 갖는 자리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한일 우호협력 관계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가 직접 취임식에 참석한 것도 주목되는 대목.

한일 정상회담의 주요 화두는 북한 핵문제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나가며, 북한에 대한 공격가능성 검토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다만 미국 정부의 강경한 움직임을 고려해볼 때 일본 정부의 든든한 후원이 아쉬운 상태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가 한국에 미칠 파장을 설명함으로써 우리 입장에 대한 일본의 적극적인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특히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통해 핵 포기를 유도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는 만큼 고이즈미 총리에게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을 가속화함으로써 북한의 변화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껄끄러운 문제도 남아있다. 노 대통령이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도 관심거리다.

▼파월 "시간 별로없다"…美구상 전달할듯▼

▽한미관계=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국 사절단의 방한은 앞으로 한미관계 및 북한 핵 해법의 가닥을 잡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파월 장관은 방한 하루 전인 23일 일본 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이라크의 무장해제뿐 아니라 북한 핵문제도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며 “우리는 그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그 시간이 (북한이) 미국에 대항할 무기를 사용하는 데 쓰이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태도변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배어있는 발언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최근 뉴스위크와의 회견에서 “체제안정, 정상적 대우, 경제적 지원을 제공한다면 그들(북)도 핵 야심을 기꺼이 포기할 것”이라며 전혀 다른 시각을 보였다.

다만 파월 장관이 경축 사절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구상과 입장을 전달하고, 노 대통령도 자신의 ‘평화번영정책’을 설명하는 선에서 면담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南과 입장비슷…錢부총리 '보따리' 관심▼

▽한중관계=북한의 가장 가까운 우방인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앞으로의 대북 정책 추진을 위한 장기적인 협조 관계 구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노 대통령은 중국 외교를 총괄하는 첸치천(錢其琛) 부총리와 약 30분가량 면담할 예정이다.

중국도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 개발에는 반대하면서도 대북 제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어 우리 정부와 크게 입장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중국이 한반도에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상대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대목이다. 새 정부가 전통적인 한미관계의 변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이 노 대통령 당선자의 고위대표단을 직접 만난 것도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외교관계자들은 첸 부총리의 방한에서 중국이 어떤 보따리를 꺼내놓을지 주목된다.

▼核특사 방북했던 로슈코프 면담 주목▼

▽한-러관계=러시아는 북한 핵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문제를 논의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특별이사회(12일)에서 기권표를 던지는 등 북한과의 공동보조를 강화해왔다.

24일 방한한 세르게이 미로노프 러시아 연방 상원의장은 “북한 핵문제는 러시아 중국 미국 등을 포함한 주요 관계국들의 모든 노력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함께 북한의 후원자 역할을 하는 러시아로서는 북한 핵문제가 동북아 정세를 악화시키는 것만큼은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로노프 의장과 함께 방한한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외무차관은 러시아의 북한 핵 특사로 방북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만났기 때문에 노 대통령에게 북측의 생각을 전달해주고, 다시 북측에 노 대통령의 구상을 설명해주는 창구 역할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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