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盧정부 25일 출범]공직사회, 盧 취임 기대-우려 교차

  • 입력 2003년 2월 24일 19시 08분


50대의 개혁 대통령과 ‘386 참모’가 포진한 젊은 청와대를 맞이하는 공직사회는 요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공무원을 개혁 대상으로만 보지 말라. 그러나 공직사회도 변할 것은 변해야 한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향한 이들의 목소리는 다양하다.

▽“공무원을 믿어주세요”〓노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 나온 공무원들에게 “소속 부처의 스파이가 되지 말고, 개혁의 전도사가 돼 달라”고 당부하곤 했다.

그러나 공직사회는 ‘노 대통령이 공무원을 불신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한 국장은 “노 대통령이 8개월간 해양수산부 장관을 하면서 공무원을 어느 정도 이해한 것 같지만, 공무원에 대한 깊은 불신감을 완전히 떨치진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한 과장은 “노 대통령이 관료를 다독거리기보다 채찍질해야 할 개혁 대상으로 여긴다면 그 후유증은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경제부의 한 과장도 “관료를 단순하게 보수 수구 세력으로 보는 것은 정말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하위직 공직자 사이에선 “공직사회의 개혁은 시대의 대세”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행정자치부의 하위직 공무원은 “이전 정부는 말로만 공직사회의 변화를 외쳤는데, 이번엔 다를 것 같다”며 “젊고 개혁적인 장관 인선 등을 통해 공무원 조직 전반이 젊고 활기차게 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386세대’인 부산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 내부에서 먼저 개혁을 하지 못해 요즘 ‘타율적 개혁’의 첫 대상으로 비치고 있다”며 “검찰도 이 점을 자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386 청와대’에 대한 기대와 우려=공직사회의 386세대들도 ‘386 참모가 포진한 청와대’에 대해 일단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산업자원부의 ‘386 사무관’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가) 386은 무조건 개혁적이고,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비개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재정경제부의 한 서기관도 “내 자신이 ‘386’이고, 개혁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청와대에서 국가적 중책을 맡으면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 (선배들을 보면) 경륜 있는 관료도 충분히 개혁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의 386 비서진이 ‘활기차고 열린 청와대’를 만들어줄 것을 주문하는 공무원도 적지 않다.

정부과천청사에 근무하는 한 ‘386 과장’도 “청와대 멤버가 젊어져서 일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치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개혁) 방향은 맞으니,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며 차분하게 추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총선용 개혁은 아니죠?”〓검찰과 경제 부처 공무원들이 가장 예의주시하는 부분이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새 정부가 차분하게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시켜가며 변화를 주도하기보다 급격한 개혁을 추진한다는 느낌이다”며 “정권의 운명이 걸린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개혁 성과를 일찍 내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경계했다.

국세청의 한 국장은 “새 정부의 재벌 개혁 드라이브에 기업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투자계획을 축소하고 있다는 정보도 속속 들어오고 있다”며 “재벌은 적이 아니다. 그들의 대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이진기자 leej@donga.com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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