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총리인준' 타결이냐 충돌이냐…與野대치속 물밑협상

  • 입력 2003년 2월 24일 19시 12분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둔 24일까지도 대북 송금사건 특검법안과 고건(高建) 국무총리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 전망이 밝지 않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치전선’이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본회의에서 특검법안을 먼저 처리한 뒤 총리 인준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이날 국회에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제출했다. 민주당에 대한 ‘압박카드’인 셈이다.

민주당은 이날 정대철(鄭大哲) 대표 주재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 반대’ 입장만 재확인했을 뿐 내부적으로 신-구주류간 시각차는 좁히지 못했다. 신주류측은 특검법안의 절충 쪽에, 구주류측은 ‘선(先) 국회 조사’ 관철 쪽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이 중재안으로 낸 ‘25일 총리인준-26일 특검법안’ 처리 카드에도 부정적이다.

양당이 외견상 강경하게 맞서 있지만 물밑에선 막판 협상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본회의가 열리는 25일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취임식이어서 양당 모두 극한대립을 피하고 싶어하는 눈치다.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은 2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법안 명칭과 최대 6개월로 돼 있는 수사기간 등은 조정할 수 있다”며 특검법안의 수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민주당이 비공식적으로 △특검법안 명칭 수정 △기간 축소 △수사결과 공표 금지 방안 등을 제안해 왔다고 귀띔했다.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과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이날 한나라당사를 방문, 박 대행과 절충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민주당이 25일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 의원총회를 다시 열어 원내 전략을 결정할 예정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는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그러나 양당이 끝내 이견조정에 실패할 경우 한나라당은 자민련과 공조, 특검법안 강행 처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법상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먼저 표결처리하면 ‘특검법안→총리 인준’ 순으로 표결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

한나라당은 이런 과정을 밟는다 하더라도 민주당이 실력 저지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급한 총리 인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가급적 물리적 충돌은 피하겠다는 복안이다. 한나라당 주도로 특검법안이 처리된다 해도 ‘대통령 취임식날 다수의 횡포를 부렸다’는 정치적 부담을 지우며 차별화를 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박희태 대표대행▼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은 24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야당을 ‘파괴의 대상’이 아니라 동반자로 생각할 때 정상적인 여야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행은 노 대통령 취임식과 대북비밀송금사건 특별검사법안의 국회 처리를 하루 앞둔 이날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특검법 처리를 물리적으로 방해한다면 고건 총리임명동의안 등 그 다음의 안건 처리는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특검법안 처리를 저지해도 밀어붙일 것인가.

“물리적으로 막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점을 민주당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민주당이 특검법안에 찬성하지 않더라도 처리에 동의해준다면 다음 안건인 임명동의안은 처리될 수 있을 것이다.”

―공적자금비리와 국가정보원 도청의혹 등 다른 7대 의혹사건은….

“이들 문제는 노무현 정권이 과거청산 차원에서 스스로 밝히기를 바란다. 야당의 요구나 특검에 떼밀려 해결에 나서는 것은 온당치 않다. 역대 정권들은 전 정권의 비리와 의혹을 깨끗이 밝혔다. 그것이 신뢰의 출발점이다.”

―노 대통령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것이다. 북한 핵문제와 주한미군 철수 논의 때문에 안보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극심하다. 또 투자가 위축되고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어 서민경제도 말이 아닌 만큼 빠르고 확실하게 국민을 안심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노 대통령에게 당부할 말은….

“김대중 정권을 반면교사로 삼아 편파적 등용과 야당파괴, 그로 인한 정치부재를 초래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야당도 국가를 이끌어 가는 하나의 수레바퀴라는 점을 인식하면 문제가 풀릴 수 있다. 정치를 복원해 ‘정치 르네상스’를 이루고 서민경제를 살리는 데 주력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줘야 한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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