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 CEO들은 이라크 전쟁 가능성과 국제유가 상승 등 불안한 외부 상황을 신정부 초기의 가장 큰 경영애로 요인으로 꼽았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재벌 개혁’에 대해서는 70% 이상이 투명한 경영 관행 정착에 기여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새 정부가 밝힌 국정과제 중 일부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노사간 힘의 균형을 깨뜨릴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같은 내용은 동아일보 경제부가 2001년 기준 국내 매출 순위 100대 기업 중 60여개 업체 CEO들에게 설문지를 보내 응답한 53명의 응답에서 나타났다.
기업들은 또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재벌 개혁 드라이브’와 ‘신노동 정책’들이 정부와 업계간 ‘두 가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 날로 심해지는 글로벌 경쟁과 후발개도국의 추격 등의 상황에서 이 같은 쟁점이 원만히 해소되지 않으면 기업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쟁력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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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에 동참하지만 걱정도 적잖다’=신정부 출범 후 ‘한국 경제와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장 큰 요소’는 응답자의 절반 가량이 ‘이라크 전쟁과 국제 유가 상승 등 불안한 외부 상황’(47.2%)을 꼽았다. 이어 ‘북핵 위기에 따른 투자 위축’(20.8%)과 ‘내수 위축 및 개인 신용위기 등’(20.8%)을 꼽았다. 반면 ‘재벌 개혁 등으로 인한 정부-재계간 긴장 분위기’(11.2%)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재벌 개혁 등 공정거래정책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53명의 응답자 중 38명인 71.7%가 ‘단기적인 진통은 따르겠지만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업 관행 정착에 기여할 것’이라고 답했다. ‘긍정적 효과보다는 기업을 불안하게 해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응답은 26.4%였다.
‘새 정부의 경제개혁 관련 항목’ 중에서는 ‘집단소송제’(64.8%)를 가장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어 ‘출자총액 제한’(19.6%) ‘금융회사 계열분리 청구와 금융회사 대주주 및 주요 출자자 자격요건 제도 강화’(7.8%)와 ‘상속·증여세 포괄주의’(7.8%) 등이었다.
‘새 정부의 노동정책’ 중 우려하는 것을 묻는 질문에는 설문 문항을 모두 선택하고 싶다는 첨부 의견을 낸 업체들도 일부 있을 정도로 민감하게 생각했다. 지난해부터 많은 논란이 됐던 ‘주5일 근무제 조기 도입 시행’(30.8%)에 대해서도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에서 본격 논의돼 차기 정부 국정 목표로 제시된 ‘노사분규 관련자 불구속 수사 등 노사분규 대처방안 변경’(50.0%)을 가장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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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수도 이전에 대한 평가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수도권 집중 완화와 땅값 안정’(30.2%), ‘건설 경기 진작과 지방경제 활성화에 기여’(24.5%) 등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약간 우세했다.
기업인들은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건설’을 위해서 경제특구(또는 경제자유지역)를 설치하는 경우에는 ‘외국인 투자유치 촉진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며 특구는 인천 부산 광양 등 일부에 국한해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51.9%)는 의견이 많았다.
‘현대의 대북 송금 공개 수준과 관련자 처벌’에 대해서는 ‘투명한 진상 공개’ 주장이 60.4%로 절반을 넘었으며 ‘법대로 처벌’은 34.0%였다.
설문조사 결과와 관련해 LG경제연구원 조용수(趙庸秀) 연구위원은 “신정부 기업정책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그동안 막연하게 가졌던 우려가 조금씩 희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조 연구위원은 “CEO들이 ‘집단소송제’를 가장 우려하는 것은 소송 남발과 기업의사 결정 위축 등의 부작용으로 실제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CEO들의 운신 폭이 크게 위축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벌 개혁 드라이브’와 ‘신노동 정책’=새 정부의 경제정책의 기본틀은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통한 성장과 복지의 선(善)순환’으로 설정됐다. 이를 위해 재벌 개혁과 노사 협력관계 정착 등 일련의 ‘개혁 처방’들이 핵심 과제들로 제시됐다.
‘재벌 개혁’과 관련해서는 △상속 증여세 완전 포괄주의 △출자총액제한제도 △집단소송제 △금융회사 계열분리청구제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금융회사 계열 분리 청구제는 산업 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막기 위한 것으로 사실상 기업강제분할 명령에 맞먹는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대상 기업 집단을 대폭 늘리거나 제한예외 조항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대기업 계열사간 상호출자와 채무보증을 금지하는 현행 제도의 확대 적용도 예상된다. 재벌 총수 일가의 편법적인 상속을 막기 위한 완전포괄과세는 노 대통령이 이미 여러 차례 강한 의지를 밝힌 바 있어 재계를 압박하고 있다.
‘재벌 개혁’ 항목 못지않게 뜨거운 감자는 ‘신노동 정책’. 노사 분규시 불법행위에 대한 불구속 처리를 기본 원칙으로 하거나 파업 과정에서 회사가 본 손해에 대해 피해 보상을 제한하는 내용 등은 노사간 파워 게임에서 지렛대의 받침점을 옮겨놓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노사간 통합에 기여하는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노사간 힘의 균형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설문에 참여한 기업과 CEO ▼
(기업은 가나다순·회장 부회장 부사장 외 CEO의 직함은 사장임).
△금호 오남수
△금호건설 신훈
△기아자동차 김익환 부사장
△대림산업 이용구
△대상 이덕림 대표이사 회장
△대우건설 남상국
△대한전선 임종욱
△데이콤 박운서 회장
△동부건설 백호익
△동부제강 김정일
△동양시멘트 노영인
△㈜두산테그팩BG 김대중
△두산중공업 김상갑
△롯데쇼핑 이인원
△롯데제과 한수길
△롯데칠성 이종원
△빙그레 정수용
△삼보컴퓨터 이홍순 부회장
△삼성물산 배종렬
△삼성엔지니어링 양인모 부회장
△삼성전기 강호민
△삼성전자(디지털 어플라이언스 네 트워크) 한용외
△삼성중공업 김징완
△삼성테크윈 이중구
△새한 박광업
△신세계 구학서
△쌍용양회 명호근
△CJ 김주형
△SK㈜ 황두열 부회장
△SK텔레콤 표문수
△에쓰오일 김동철 부사장
△LG건설 김갑렬
△LG전자 구자홍 회장
△LG화학 노기호
△오뚜기 강신국
△이수화학 윤신박
△KT 이용경
△㈜코오롱 조정호
△태평양 서경배
△포스코 유상부 회장
△하이트맥주 윤종웅
△한국전력 강동석
△한국타이어 조충환
△한솔제지 문주호 대표이사 부사장
△한신공영 최용선 회장
△㈜한진 김인진
△㈜한화 이순종 부회장
△현대건설 심현영
△현대모비스 박정인
△현대백화점 하원만
△현대산업개발 이방주
△현대중공업 최길선
△㈜효성 이상운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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