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중반 5MW 원자로를 재가동하는 등 위협 수위를 높여 온 북한이 재처리시설 가동에 들어갈 경우 북핵 위기는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이 ‘한계선(red line)’처럼 여겨 온 선을 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미 행정부의 북한 전문가들과 정보 당국자들은 ‘북한이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재처리시설을 수주일 내에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정보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 “미 정찰위성이 영변 재처리시설 주변에서 일련의 활동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음을 확인했으며, 지난달에는 재처리시설 전력설비 테스트가 행해졌다”며 “북한은 미국의 대(對)이라크 군사공격 개시 시점에 맞춰 시설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일단 핵연료 재처리가 시작되면 북한은 빠르면 한달, 늦어도 올 여름까지는 핵폭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이날 “영변 재처리시설 인근 열공급 보일러시설에 석탄을 운반하는 것이 목격됐고, 2월 초에는 보일러에서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이 보일러는 플루토늄 추출에 사용되는 폐연료봉의 보호막을 녹이는 데 쓰이는 질산용액의 온도를 안정시키는 데 사용되는 것.
이와 관련해 미국은 북한이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에 착수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제재 등 대항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아사히신문이 이날 미 행정부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리는 또 “북한이 8000개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6∼9개의 핵무기 생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추출하게 된다”며 “미국은 이런 상황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도 “북한이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경우, 이는 전 세계 국제공동체의 심각한 우려 사안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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