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목적의 대화라면 숨어서 할 이유가 없는데 또 남북이 비밀리에 만났다니 뒷맛이 개운치 않다. 나 보좌관이 비밀접촉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노무현 대통령의 권유까지 무시하며 내용을 밝히지 않는 것은 더욱 유감이다. 베이징 접촉이 ‘남북정상회담을 타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등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데도 당사자가 함구로 일관하면 의혹을 더욱 증폭시킬 뿐이다.
북한과의 비밀접촉은 노 대통령이 밝힌 원칙에도 위배된다. 노 대통령은 남북대화에 대해 “대내외적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참여를 확대하겠다”(취임사) “국민께 소상히 보고 드리고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하겠다”(3·1절 기념사)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 스스로 새 정부의 첫 남북접촉이 의혹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비밀리에 북한과 접촉을 하고 그 내용을 제대로 밝히지 않아 의혹을 증폭시킨 전임 김대중 정부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그 출발은 공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베이징 비밀접촉의 경과와 내용을 밝히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 지원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국민의 외침을 잊지 않았다면 머뭇거릴 필요도 없다.
더구나 남북간에는 이미 장관급 회담 등 다양한 채널이 구축돼 있다. 새 정부가 공식채널을 제쳐두고 비밀접촉을 하는 것은 남북이 함께 축적한 성과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노 대통령이 이번 문제를 어떻게 풀지 전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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