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1월로 예상했던 이라크전 발발이 지연되고 지난달부터 북핵과 관련해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경제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박 총재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한은총재가 경제성장률 하락을 언급한 것은 경솔하다"고 즉각 반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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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총재, 경제악화시 성장률 4%대 |
▽박 총재 기자회견 내용= 박 총재는 현재 수출과 건설은 양호하지만 소비와 생산, 설비투자가 저조해 실물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유가상승 때문에 물가 상승폭도 커지고 있어 경제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유가상승 영향으로 수입이 급증하면서 작년 12월 이후 3개월 계속 국제수지적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라크전이나 북핵 문제가 조기 매듭지어지지 않을 경우 성장률이 떨어질 우려가 있지만 이달 중 이라크전이 발발하고 한달여 내에 마무리되면 당초 전망대로 5%대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총재는 경제성장률이 설사 4%대로 내려가더라도 재정확대 등의 경기 부양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 금리수준은 매우 낮아 '경기부양적'일 뿐더러 세계경제 전체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인위적 부양책을 쓴다면 그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총재는 "정부와 한은은 미시적 정책조정으로 경제적 고통을 최소화하는 한편 국민들은 내핍으로 어려움을 감내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반박= 정부는 한국은행 총재가 6일 대외여건 악화가 지속되면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발언한데 대해 "경솔하다"고 지적했다.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라크전쟁 위기와 북한 핵문제 등 대외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해 경기 하락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것은 정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해도 중앙은행 총재가 성장률 하락 전망을 성급하게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외여건이 악화된다는 전제하에 성장률 4%대 하락을 전망하기는 했지만 한은총재가 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투자심리 위축 등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성장률 전망치를 자주 수정하지 않는다"며 "연초 전망한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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