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이견 자꾸 강조할 때 아니다

  • 입력 2003년 3월 6일 18시 44분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엊그제 영국 더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민감한 발언’을 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 전투기와 미군 정찰기의 ‘공중 조우’를 언급하면서 “미국에 대해 너무 지나치게 나가지 말 것(not to go too far)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더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북한은 비난하지 않으면서 미국에는 자제를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

미국 RC-135 정찰기와 북한 미그기의 조우는 공해상에서 벌어진 북한의 명백한 도발이었다. 그런 사건에 대해 노 대통령이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 대해서만 ‘주문’을 했으니 균형 잡힌 화법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오죽하면 더 타임스 기자가 “한미간의 커다란 견해차를 강조했다”는 말로 회견에서 느낀 소감을 요약했을까.

국익과 관련된 대통령의 발언은 항상 신중할수록 좋다. 그렇지 않아도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북-미 갈등과 관련해 최악의 상황까지 염려하는 발언을 했다. 전쟁을 반드시 막겠다는 의지를 그런 식으로 표현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미 갈등 심화, 국내 불안 확산, 외국 투자자의 한국 외면 등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노 대통령이 미국과의 견해차를 강조하는 것은 북핵 주한미군 등 현안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미국측은 주한미군 재배치와 감축 움직임을 ‘노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않는가.

외국의 유력 언론이 전하는 대통령의 적절하지 않은 발언은 부메랑이 되어 우리를 겨냥한다. 미 기업인이 방한계획을 취소하고 한국경제에 대한 리스크가 오르는 등 경제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지금은 한미간의 이견을 해소할 방안을 찾을 때이지, 이를 자꾸 확인하고 확대시킬 시점이 아니다. 가장 가까운 동맹 한미 사이에 불필요한 오해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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