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휴양시설 청남대 개방…주민들 “20년 숙원 풀렸다”

  • 입력 2003년 3월 6일 18시 44분


충북 청원군 대청호에 자리잡은 대통령 휴양시설인 청남대 전경. -동아일보 자료사진
충북 청원군 대청호에 자리잡은 대통령 휴양시설인 청남대 전경. -동아일보 자료사진
6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대통령 휴양시설인 충북 청원군 청남대를 주민들에게 돌려주라고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 지역 주민들은 “20년 만의 숙원이 해결됐다”며 크게 반겼다. 충북도도 청남대를 연계한 관광지 개발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주민 반응=청원군 문의면 개발대책위원회 이찬희 위원장(57)은 “당장 환영대회나 자축연을 열고 싶은 심정”이라며 “그동안 주민들의 생존권과 재산권을 위협했던 청남대가 관광명소로 변모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기 문의면 번영회장(57)도 “청남대 주변지역의 경비구역 지정으로 각종 개발제한은 물론 어업 구역까지 축소돼 지역 주민들이 큰 고통을 받아 왔다”며 “앞으로 권위주의의 상징이었던 청남대가 주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원군의회 김영권 의원(52·문의면)은 “20년간 각종 규제로 피해를 본 주민들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대청호에 유람선을 띄우고 위락시설도 건설해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남대 관리와 인근 지역개발=이원종(李元鐘) 충북지사는 6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청남대 소유권을 국가가 가질지 충북도가 인수할지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결정할 사안이지만 관리 운영권만큼은 도가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청남대 개방 후의 활용방안에 대해 “관광명소로 개발하면서 동시에 행정수도 충청권 유치에 맞춰 영빈관이나 국제회의장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청남대 안에 역대 대통령 동상이나 업적 자료 등을 전시하는 ‘애국 공원’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청남대와 12㎞ 떨어진 문의면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통음식점, 활공장, 등산 코스, 산악자전거 코스 조성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청남대가 개방되더라도 주민들의 요구처럼 당장 모든 규제가 풀릴지는 미지수다. 청남대 개방으로 이 지역에 대한 각종 규제가 어느 정도 풀리기는 하겠지만 인근에 있는 대청호가 대전 충청권 주민들의 식수원이어서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청남대와 주민들의 악연=충북도는 1979년 관광개발백서를 통해 문의지구에 ‘국민관광휴양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고, 교통부도 이듬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대청댐 건립과 함께 고향이 수몰된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이 나온 지 3개월여 만에 ‘상수원 보호’를 이유로 개발 계획이 취소됐다. 어리둥절했던 주민들은 나중에서야 이곳에 대통령 전용 휴양시설인 청남대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었다.

장밋빛 기대감에 부풀어 임대업과 여관업 등을 시작했던 주민 등 350여명이 피해를 봤다. 이후 주민들은 관광지 재지정을 요구하는 진정과 집회를 20여 차례나 열었지만 1989년 정부로부터 10억원의 장학기금을 받고 1995년 분수대가 설치된 것이 고작이었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도 1997년 대선 당시 청남대 개방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주민들은 그동안 관광지 재추진, 청남대 개방 또는 이전,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에 따른 피해 보상 등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청원=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문재인 수석 “휴양별장 이용 않겠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6일 대통령 휴양 별장인 청남대(충북 청원군 문의면 소재)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노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당시 청남대를 개방하고 주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약한 것과 관련해 “앞으로 청남대를 대통령 휴양 별장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주민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돌려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수석비서관은 “다만, 국유재산법상 매각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청와대가 계속 소유하되 충북도에 관리권만 넘길지, 아니면 충북도에 소유권과 관리권을 모두 이양할지를 검토 중이다”고 덧붙였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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