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盧정부 人事 끊이지 않는 잡음]뚜껑여니 허점투성이

  • 입력 2003년 3월 6일 18시 44분


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부장관의 아들 병역기피 의혹,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의 군수 시절 신문사대표 겸직, 송경희(宋敬熙) 청와대 대변인의 자질 논란 등이 잇따르면서 “새 정부의 인사검증시스템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측근정치’와 ‘정실인사’ 타파 차원에서 18개 부처 장관에 대해 국민추천제를 도입하고, 5단계에 걸쳐 선별 검증하는 인사시스템을 구축, 조각(組閣) 과정에서부터 적용했다. 그러나 검증 단계에서 문제점들이 충분히 체크됐는지에 대해서는 청와대 관계자들조차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소홀한 자료 검증〓진 장관의 아들은 이중국적을 보유하다가 만 18세가 되던 해인 96년 국내 주민등록을 말소시켜 신체검사 통지 대상에서 빠지는 등 고의 병역기피 의혹이 있다는 사실이 사후에 드러났다. 이는 주민등본 정도만 체크해 보아도 쉽게 파악될 수 있는 사항.

청와대는 진 장관의 아들이 미국 국적으로 병역 면제된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고 밝혔으나 이 같은 세부 문제점까지 파악했는지는 의문이다.

또 진 장관이 삼성의 편법 증여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이미 시민단체가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던 사안인데도 청와대측은 이를 몰랐다.

인사 검증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의 검증팀이 후보자의 주민등록, 재산형성 과정, 병역 납세 등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후보자는 많고 시간은 부족한 상황이어서 완벽한 검증이 이뤄지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개월 남짓한 짧은 기간에 19개 장관직의 후보군으로 추려진 300∼400명의 방대한 인물을 철저히 검증하기에는 시간적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통부장관의 경우 당초 유력 후보였던 다른 두 사람이 최종 검증에서 문제가 드러나는 바람에 급하게 진 장관으로 내정하다보니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임명권자의 의중에 영향을 받지 않았나?〓새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임명권자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웠느냐 하는 데 대해서도 일부 의문이 제기된다.

민정수석실의 핵심관계자는 “5배수로 장관직 추천 대상이 압축된 이후에도 별도의 검증을 할 수 있는 손발이 부족했던 데다 인사권자와 여론의 선호도에 따라 일관된 검증 기준이 적용되지 못한 경우도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사권자인 노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천할 경우, 검증 과정에도 호의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인사검증팀이 임명권자의 ‘의중’을 의식하는 순간 검증이 무력해진다”고 말했다.

▽인재풀의 확장 지연〓인재풀의 한계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통령직인수위를 거친 한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입각대상이 되는 인재풀의 범위를 넓혀 ‘사람을 찾는’데 만도 보름을 소비했지만, 쓸 만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이번 인사 파문은 노무현 정부의 인재풀의 한계와 이념적 편향성이 낳은 예견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장인 김형오(金炯旿·한나라당) 의원도 성명서를 내고 “개인적 능력이 탁월한 것과 공직을 담당하는 자질은 별개의 문제인데 새 정부에서는 이를 혼동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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