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는 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부 장관의 자격논란에 대한 청와대의 태도와 나종일(羅鍾一)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의 대북 비밀접촉,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의 의원직 겸직 상태 방치, 경찰위원회를 무시한 경찰청장 인사, 대북 비밀송금 특검제 논란 등이 구체적 사례로 거론됐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노 정권은 시작부터 정의의 잣대를 법과 양식이 아니라 ‘권력 입맛대로’에 두고 있는 것 같다”며 “자기들 권력에 이로우냐 해로우냐를 옳고 그름의 잣대로 삼고 상황에 따라 이리 갔다 저리 갔다하는 ‘꺼삐딴 정권’이 되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류에 따라 변절적으로 순응해가는 기회주의적 인간을 다룬 전광용씨의 단편소설 ‘꺼삐딴 리’(62년작)를 빗댄 것.
대북정책의 투명성을 강조했던 노 대통령의 공약이 채 잉크도 마르기 전에 베이징에서 대북 비밀접촉이 이뤄진 것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불만을 제기했다.
노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햇볕정책의 취지와 방향을 전폭 계승하겠지만 동시에 국민적 합의와 투명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으나 정작 나 보좌관의 비밀접촉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나 보좌관은 물론 어느 누구도 정확한 접촉 경위 및 절차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논평에서 “노 대통령이 취임도 하기 전에 김대중 정부 때처럼 정략적 목적 하에 합당한 절차를 무시한 채 제멋대로 밀실거래를 시도했다. 나 보좌관은 비밀접촉의 경위와 결과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진표(金振杓) 재정경제부 장관이 5일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위해 법인세율을 아시아 경쟁국 수준으로 내리겠다”고 말한 지 하루 만에 노 대통령이 직접 이를 부인하고 나선 것도 도마에 올랐다.
또 대북 비밀송금 특검제의 경우 노 대통령은 취임 전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지만, 청와대 참모들은 특검법 수정안을 요구하는 등 ‘딴소리’를 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3월 중 국회 상임위별로 각 부처 장관들의 도덕성과 과거 경력, 병역 문제 등에 대해 인사청문회 수준의 엄격한 검증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한나라당이 지적한 노무현 정부의 오락가락 사례 | ||
혼선 사례 | 노무현 대통령의 과거 발언 | 현재 정부-민주당의 시각 |
진대제 장관 아들의 병역 기피 논란 | 깨끗한 정부를 이끌 지도자의 주변은 깨끗해야 한다. (아들을 군에 보내지 않은) 이회창 후보는 대안이 될 수 없다. 나는 군대 안간 아들이 없다.(2002.7.22) | 병역문제를 살폈지만, 악의 없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어서 문제삼지 않았다.(노 대통령 2003.3.5) |
나종일 안보보좌관의비밀 대북접촉 | 남북관계는 국민 여러분께 소상히 보고 드리고,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하겠다.(3·1절 기념사) | 북한과 대화통로를 열기 위해 비공식적인 접촉 정도여서 공개할 것이 없었다.(청와대 대변인 2003.3.6) |
법인세 인하 정책 |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위해 법인세율을 아시아 경쟁국 수준으로 내리겠다.(김진표 재정경제부 장관 2003.3.5) | 법인세 인하 문제는 재경부의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청와대 대변인 2003.3.5) |
대북 비밀송금 특검제 도입 | 진상규명의 주체와 절차 범위는 국회의 판단에 따르겠다.(2002.2.3) | (법안은 통과됐지만) 여야간 재협상을 통해 특검법을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청와대 고위관계자 2003.3.2)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