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각계 원로 간담회]"北 核개발 어떤 경우든 반대"

  • 입력 2003년 3월 6일 18시 53분


노무현 대통령이 6일 학계 종교계 등 각계 원로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경제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6일 학계 종교계 등 각계 원로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경제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6일 낮 각계 원로 12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1시간 30분동안 오찬 간담회를 갖고 북핵 문제 해법과 대북비밀송금 사건 특검실시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강만길 상지대 총장, 김지길 목사, 류강하 신부,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 박형규 목사, 법장 조계종 총무원장, 송기숙 전남대 명예교수, 이돈명 변호사, 임재경 전 한겨레신문 부사장, 조준희 변호사, 청화 스님, 함세웅 신부 등이 참석했다.

노 대통령은 80년대 부산에서 민주화운동을 할 때에 자신을 이끌었던 ‘사부(師父)’인 송기인 신부도 초청했으나, 개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와 관련해 “무엇보다 전쟁의 가능성을 줄이는데 정책의 최우선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원로들은 대체로 북한의 핵 개발은 어떠한 경우에도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대북비밀송금사건 특검제 문제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국민에게 호소하고 야당과 긴밀하게 대화하면서 풀어가라고 조언했다고 송경희(宋敬熙) 대변인은 전했다.

다음은 원로들의 발언 요지.

▽이돈명 변호사=노 대통령은 가히 혁명적인 정치구도랄까 사회개혁이랄까, 이런 일을 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 정권 출범과 더불어 5년동안 많은 민중세력, 특히 시달리고 버림받아온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펴줄 것으로 확신한다.

▽함세웅 신부=특검제의 위험요소를 공개적으로 호소하고, 국익 차원에서 밝힐 수 있는 한계를 정한 한정적인 특검이 돼야 한다.

▽박형규 목사=정부에서 여야 양측을 설득해야 한다.

▽청화 스님=특검제는 야당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만큼 국회의 뜻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이 입장을 고수할 경우 노 대통령은 국민에게 상생의 정치를 보여주자고 호소해야 한다.

▽류강하 신부=대구 경북의 일반적인 여론은 특검제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의견은 ‘특검을 수용하는 게 노무현답다’는 것이다. 편법이 아니라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

▽김지길 목사=북한과의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거부권을 행사해서라도 국익을 지켜야 한다.

한편 이날 원로 간담회가 진보적 성향의 원로들 중심으로만 이뤄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으나, 청와대측은 “과거 청와대에서 100여명씩 한꺼번에 원로들을 모시다보니 형식적인 자리가 됐다는 말이 있어 참석인원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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