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하는 해명 태도=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6일 오전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어제와 오늘 다사다난했다. 진 장관(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부 장관), 나 보좌관 문제도 있고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많았다”며 대북 비밀접촉 파문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에 나 보좌관은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가 공개적으로 얘기하겠다”고 했으나 노 대통령은 “비공개로 하라. 조금 삭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제동을 걸었다. 나 보좌관이 다시 “나 보좌관 문제는…”이라며 발언을 하려고 하자 노 대통령은 언성을 약간 높이며 “비공개로 하자”고 말을 가로막았다.
전날은 노 대통령이 “남북관계는 투명한 게 옳다. 나 보좌관이 정식으로 (언론에) 설명하라”고 권했으나 나 보좌관이 “적절치 못하다”고 버틴 것과는 상황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기자들이 나간 뒤 노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밝힐 수 있는 게 있으면 공개적으로 밝혀라”고 언급했으나 나 보좌관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나 보좌관은 송경희(宋敬熙) 청와대대변인을 통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측 인사를 만난 것은 공식적 접촉이나 주제를 가진 접촉이 아닌 사적(私的)인 만남이었으며 (북측과) 대화통로를 열기 위한 모색과 탐색 정도의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 보좌관은 “당시 접촉에서 공식적인 통로조차 열지 못했다. 따라서 공개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노 대통령의 지시로 북한측과 접촉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공개회의나 공식성명으로 대북 정책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풀리지 않는 의문점=나 보좌관과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가 천명한 대북 정책 추진의 투명성 원칙이 논란을 빚자 송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남북관계의 진전에 대해 투명성이 강조돼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송 대변인은 또 “대북 정책을 결정할 때 사안에 따라 국익과 외교 관계를 고려해 공개 또는 비공개로 진행할 것이지만 비공개라 하더라도 야당과는 긴밀히 상의한다는 게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가 나 보좌관의 대북 비밀접촉 성격을 ‘사적인 만남이자 남북 당국간의 대화 창구를 개설하기 위한 예비접촉’으로 규정하고 나섰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점은 여전히 많다. 누가 주선했고 누구와 만나 어떤 내용을 논의했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청와대는 일각에서 제기됐던 남북정상회담 조기 성사를 위한 접촉이자 북한 핵문제 타결을 위한 ‘빅딜’ 가능성만 확실하게 부인했을 뿐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김대중(金大中) 정부 당시에 현대측의 대북 라인을 통해 구축했던 남북 당국간 대화채널을 새롭게 정비하려는 차원의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새 정부의 입장에서는 북한 핵문제 등 현안을 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북한측과의 창구 개설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나 보좌관과 북측 인사간의 접촉에서는 정부 교체에 따른 물밑 대화채널의 가동방식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과의 사전 교감 여부에 대해 나 보좌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말로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은 ‘공개할 것은 공개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나 보좌관은 ‘공개할 게 없다’며 인식차를 보이고 있는 점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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