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단일후보되자 후원금 쇄도

  • 입력 2003년 3월 7일 23시 20분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이 7일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100대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후원금을 거뒀다”고 밝힘으로써 민주당의 대선 자금 출처와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선대위 총무본부장으로 선거자금을 총괄했던 이 총장의 발언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줄곧 강조했던 “돼지저금통과 온라인 성금으로 선거를 치르면서 제2의 6·10항쟁을 만들어냈다”는 말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즉각 “기업인들에게 받을 돈을 다 받아놓고도 돼지저금통을 돌린 뻔뻔스러움을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공세를 폈다.

▽어떻게 받았나〓지난해 10월 민주당이 선대위를 출범시킬 때만 해도 노무현 당시 후보의 지지율은 20%대 이하였다. 자연히 기업체 후원금은 거의 없었고, 선대위는 몇몇 의원들의 특별당비로 자금을 충당했다. 게다가 유용태(劉容泰) 당시 사무총장과 이상수 선대위 총무본부장으로 자금 채널이 이원화돼 있어 선대위측은 한화갑(韓和甲) 당시 대표에게 “자금 관리권을 선대위로 넘겨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렸다. 당시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평소 알고 지내는 기업체 간부를 찾아갔더니 후원금 한도액의 대부분이 이미 한나라당에 넘어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다 노 대통령이 단일후보로 결정된 직후인 11월말부터 자금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는 것. 이때부터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후원금을 내기 시작했다. 당시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H기업의 경우 선거 막판에 선대위 모 간부를 통해 ‘상당액’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몇몇 대기업은 이 총장 등 공식 라인과는 별도로 노 후보의 386 측근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그냥 보태 써라’며 1억∼2억원씩을 건네려 시도했다”고 말했다.

▽얼마나 받았나=이 총장의 ‘기업체 모금’도 이때부터 훨씬 수월해졌다. 선대위 한 핵심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초 이 총장이 ‘몇몇 기업은 후원금 납부 의사를 타진하기도 전에 알아서 돈을 가져오기도 했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 총장이 7일 기자들에게 밝힌 “총 후원금 120억원 중 국민후원금이 80억원이고 선대위 주최 수도권 후원금이 6억원이었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기업체 후원금은 많아야 34억원이 된다.

그러나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시 5대 기업이 각각 후원금을 10억원씩 냈다고 밝힌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대기업 후원금은 1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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