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평검사 토론회]지상 중계

  • 입력 2003년 3월 9일 18시 48분


이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평검사 대표들의 대화는 오후 2시1분부터 시작돼 예정시간인 100분을 채우고도 20분 정도 시간을 초과한 뒤 끝났다. 이날 토론은 노 대통령과 검사 대표들이 서로의 입장을 비교적 진솔하게 나누었으며 검사대표들의 발언에 노 대통령이 격렬한 반응을 보일 만큼 열전을 벌이기도 했다. 다음은 대화 주요 내용.

▽노 대통령=대통령에 당선된 뒤 평검사 부장검사들과 간담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검찰 개혁을 어떻게 할지 방향을 의논하고, 개혁하자면 제도 개선과 인사가 핵심인데, 인사를 어떻게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없어서 만나고 싶었다. 국민에게 공개된 곳에서 정정당당하게 토론하자는 게 내 생각이었다. 법무부장관은 이 일을 직접 수습하려는 의지를 강력하게 보였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허상구 검사=(이하 대통령에게 전달한 건의문 내용) 이 자리를 만들어준 대통령님에게 감사한다. 검찰 문제로 심려 끼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동안 검찰은 인권의 최후 보루답지 않게 인권 보장을 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우리의 책임이다. 일부 정치검사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이번 검찰 간부 인사를 보면, 과연 참여정부가 검찰의 중립을 보장할 생각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번 인사는 ‘밀실 인사’의 답습이었다. (인사를) 객관적 기준과 투명한 절차 없이 하는 것은 또다시 정치권에 대한 줄대기로 검찰의 정치적 예속을 초래할 것이다. 그동안 개혁을 명분으로 파격 인사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검찰의 중립만 훼손했다. 과오가 증명되지 않은 인사를 퇴진시키는 것은 안 된다. 또 발탁 인사라는 명분으로 능력 검증이 안 된 인사를 중용하는 것도 안 된다. 검찰이 정치권을 비롯한 외부의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인사제도를 수차례 건의했다. 법무장관의 인사제청권을 검찰총장에게 이관해야 한다. 외부인사와 평검사가 참여하는 총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평검사의 의견 표출은 집단이기주의의 표출이 아니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도전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인사권의 합리적 운영을 위한 검사들의 충정 표시다. 토론 진행에 관련해 건의할 것이 있다. 검사들의 인식으로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이다. 우리는 토론에 익숙지 못한 아마추어들이다. 대통령이 토론을 통해 검사들을 진압하려면 이 토론은 무의미하다. 보나마나 대통령의 승리다. 어렵게 마련된 자리인 만큼 진압하려 하지 말고 검사들의 말을 많이 들어달라.

▽노 대통령=‘토론의 달인’이기 때문에 여러분을 제압할 수 있다고 하는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 잔재주로 내가 여러분을 제압하려는 것으로 보는데, 그런 비하하는…. 모욕감을 느낀다. 토론의 달인이 아니다. 내가 토론에서 이긴 적은 있지만 말재주로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약간의 유감 표명으로 넘어가고…. 처음에 밀실 인사나 검찰 장악 의도라고 했을 때 공개적으로 모욕당한 것 같아서…, 과연 밀실 인사인지 장관이 얘기해 보라.

▽강금실 장관=말씀이 길어서….(허 검사에게 정리한 내용을 넘겨줄 것을 요청했으나 허 검사는 거부)

▽노 대통령=요지만 답변하시라.

▽강 장관=국민 모두가 바라는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본질적으로 대통령과 제가 생각하는 것과 검사들이 생각하는 것에 차이가 있는 듯하다. 밀실 인사라고 하는데, 이번 인사가 정치적 인물들에 의해 잘못됐다는 것에 대해 해명하겠다. 여러분은 나를 외부인사다, 정치권인사라고 표현했다. 검찰에 와서 공개 비공개로 (나를) ‘점령군’이라고 부른다는 말을 들었다. 기수도 어린 여성, 검사가 아닌 사람이 왔을 때 거부감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개혁을 완수하고자 온 사람에게 ‘점령군’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감정적으로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것을 고쳐나가겠다.(강 장관은 5분여에 걸쳐 자신의 소회와 김각영 검찰총장과 인사 협의한 내용을 설명)

▽김윤상 검사=(강 장관의 발언이 길어지자) 뒤에 제목이 걸려 있는데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다. 시작이 장관의 해명으로 장시간 이어졌다.

▽강 장관=질문이 있어 자세히 답변한 것이다.

▽김 검사=저희는 정치적인 행태를 보이거나 고문치사에 관련된 사람을 옹호하거나 자리 지켜 주려고 하는 것 아니다. 장관은 처음 취임해 “취임사에서 검찰개혁을 추진하겠다, 그러나 무리하게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인사문제에 있어서 취임사와 달리 서두르는 이유가 뭔지? 밀실 인사가 언론에 많이 나온다. 장관과 총장의 협의가 문제가 아니라 밀실 인사는 외부와 차단된 비밀된 공간에서 인사판을 짜는 것이다.

▽노 대통령=검찰인사권을 장관에게서 총장으로 이관하라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왜 법무부장관하에 검찰을 두는가? 문민통치를 하기 위한 것이다. 여러분의 요구는 세계 유일의 첫번째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인사권까지 넘기라고 하니 화가 많이 나더라. 내가 결함 있는 대통령인지 화도 나더라.

▽박경춘 검사=(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어느 누가 ‘점령군’이라고 했는지 모르겠다(이때 강 장관이 ‘언론에서 봤어요’라고 대답). 점령군이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듣기에 참 거북했다. 장관은 용어 선택에 신중해 달라. 대통령이 ‘문민화’라는 표현을 썼는데 문민화 표현은 군사독재 시절에 나온 것이다. 우리가 군사독재의 주구였나. 지금도 주구라는 말인가? 이 시간 이후에는 쓰지 말아 달라.

▽김병현 검사=견해 차이가 있다. 우리가 이 자리에 온 것은 검찰이 제 역할 못해서지 통제를 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장관이 정치권 압력을 못 막아줘서 그렇다.

▽노 대통령=인사권자에게 눈치를 보고 줄서 온 게 우리 공직사회 문화다. 이번 인사의 목표는 좀 과거시대의 경험을 덜 가진 사람을 빨리 위로 밀어 올리자는 것이다. 인적 청산에 특별한 표적은 없으나 가급적 과거, 문제 있던 그 시절에 젖어 있던 사람을 빨리 교체하고 제도를 바꿔나가는 게 개혁의 지름길이다. 과거 문화로부터 한 발짝이라도 멀리 있는 사람을 올리려고 한다.

▽윤장석 검사=법무부장관의 제청권을 총장에게 달라. 이는 장관이 민변 시절 사법개혁 ‘이렇게 해야 한다’고 제시했던 내용이다. (목소리를 높이면서) 앞으로 칼을 뽑았다고 비수사 부서로 보내고, 다른 청에 보내지 못하게 보장해달라. 수긍할 수 있도록 인사하라. 정치권에 빌붙은 선배를 찍어내는 과정도 투명하고 적법해야 한다.

▽이완규 검사=(대통령이) 세계에 유례가 없다고 하는데 몰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장관의 제청권을 통해 정치권 영향력이 수없이 들어왔다. 폐해가 있어서 주장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참여정부’라고 (말)하는데 그 가운데 비아냥이 들어 있다. 오죽하면 토론을 공개하자고 했겠나. 일반 검찰이든 수뇌 검찰이든 검사에게 단 한번도 전화하지 않았다. 나는 검찰에 원한 가진 사람 아니다.

▽이정만 검사=토론에 대해 아마추어라고 말했다. 한번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은 대통령은 없었다. 일관된 소신을 갖고 있으니 약속을 지켜 달라. 친인척이라든지, 형님(노건평씨)에 대한 해프닝을 포함, 주위에서 또 생길 수 있다. 민주주의는 인치가 아니라 법치가 되어야 한다….

▽노 대통령=(다른 검사의 발언을 제지하며) 일문일답하자. 지금까지 검찰이 소신껏 하겠다, 중립 지키겠다 했지만 못 믿겠다. 형님은 어수룩한 사람, 요령껏 매끄럽게 대답하지 못하고 ‘바보’처럼, (바보 표현이 지나치다 싶은 듯) 형님한테 미안하게…. 대통령 낯을 깎을 건가. (건평씨 문제에 격앙된 듯) 정말 이런 식으로 토론할 건가.

▽김영종 검사=구성원이 맘에 안 든다고 해서 (인사위원회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망각한 것이다. (강 장관은) 법률가이지 정치가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법무부 장관은 정무직 공무원이다. 대통령이 간섭을 안 하겠다 했는데, 정치인들이 계속 인사에 개입하다 보면 주변 사람들이 가만 놔두지 않는다. 부산에서 뇌물수사와 관련해서 (대통령이) 검사에게 청탁한 적이 있다는 데 그때는 왜 검사에게 전화했나?

▽노 대통령=(다른 검사의 발언을 제지하며) 일문일답하자. 지금까지 검찰이 소신껏 하겠다, 중립 지키겠다 했지만 못 믿겠다. 형님은 어수룩한 사람, 요령껏 매끄럽게 대답하지 못하고 ‘바보’처럼, (바보 표현이 지나치다 싶은 듯) 형님한테 미안하게…. 대통령 낯을 깎을 건가. (건평씨 문제에 격앙된 듯) 정말 이런 식으로 토론할 건가.

▽김영종 검사=구성원이 맘에 안 든다고 해서 (인사위원회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망각한 것이다. (강 장관은) 법률가이지 정치가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법무부 장관은 정무직 공무원이다. 대통령이 간섭을 안 하겠다 했는데, 정치인들이 계속 인사에 개입하다 보면 주변 사람들이 가만 놔두지 않는다. 부산에서 뇌물수사와 관련해서 (대통령이) 검사에게 청탁한 적이 있다는 데 그때는 왜 검사에게 전화했나?

▽노 대통령=이쯤 되면 막가자는 것이다. 청탁 전화가 아니었다. “해운대구 위원장이 억울하다고 호소를 하니 검사께서 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라고 말했을 뿐이다. 그런 정도의 전화는 많이 했다. 검사들이 그런 정도의 전화에 사건을 그르치지는 않을 것이다. 지도부를 지금 그대로 가자는 얘기인데 새 정부의 검찰은 새로워야 한다. 노무현이 인사권자다. 나의 권한이다. 정치인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 (갑자기 화제를 언론으로 바꾸며) 언론 자유는 언론 스스로가 싸워 지켜내지 않았나? 지금 언론이 중립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만큼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것은 언론인들이 스스로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검찰에 붙들려가고 강제해직 당하면서도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검찰도 품위를 가지고 검찰권 독립을 스스로 지켜가면 된다. 공격적으로 질문하니까 공격적인 답변이 나가는 것 아닌가.

▽이석환 검사=SK그룹 수사팀에 있다. 변호인이 아닌 외부인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다. 여당 중진 인사도 있고 정부 고위 인사도 있다. 혹자는 ‘다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노 대통령=두 가지 압력일 것이다. 그냥 좀 봐 주라는 압력, 하나는 경제에 끼치는 여러 영향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해 달라는 얘기일 것이다. 검찰은 다 듣고 소신껏 판단하면 된다. (화제를 돌려) 다른 대통령들은 다 해 오던 인사 방식을 나는 왜 되자마자 권한을 행사하지 말라고 하나. 나한테 부탁을 해야지 왜 신문에다 성명을 내 놓고 죄진 것 같이 하나.

▽이정만 검사=토론에 대해 아마추어라고 말했다. 한번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은 대통령은 없었다. 일관된 소신을 갖고 있으니 약속을 지켜 달라. 친인척이라든지, 형님(노건평씨)에 대한 해프닝을 포함, 주위에서 또 생길 수 있다. 민주주의는 인치가 아니라 법치가 되어야 한다….

▽노 대통령=(다른 검사의 발언을 제지하며) 일문일답하자. 지금까지 검찰이 소신껏 하겠다, 중립 지키겠다 했지만 못 믿겠다. 형님은 어수룩한 사람, 요령껏 매끄럽게 대답하지 못하고 ‘바보’처럼, (바보 표현이 지나치다 싶은 듯) 형님한테 미안하게…. 대통령 낯을 깎을 건가. (건평씨 문제에 격앙된 듯) 정말 이런 식으로 토론할 건가.

▽박경춘 검사=대통령과 검사들은 코드가 맞는다. 386세대들이다. 여기 있는 검사들 모두 국가에 대해 누구 못지않게 뜨거운 마음을 갖고 있다. (검찰 인사에 대해) ‘갑자기 내가 오니까 그러느냐’고 하는데 그만큼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거슬리는 얘기가 있더라도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그러니 이해해달라.

▽노 대통령=신문에 거론된 대통령의 약점을 거론하는 것이 아마추어라서 그런 것이라면 제안도 아마추어답게 하라. 이번에 여러분과 내가 자존심 싸움 하는 것 아닌가. 인사권인지 제청권인지 표현이 명확하진 않지만 총장에게 넘기라는 것 아닌가. 못하겠다! 난 그렇게 검찰 조직의 상층부를 믿지 않는다. 그렇게 못하겠다! 법대로 내게 주어진 권한대로 인사하겠다.(이날 가장 목소리를 높여 강조함)

▽김영종 검사=열린 사회에서는 열린 마음이 매우 중요하다. 노 대통령이 쓴 책을 보면 이런 구절 있다.

▽노 대통령=연구 많이 하셨구먼….

▽김 검사=(책의 내용을 낭독) “합리적인 사회는…투명성 개방성이 핵심이다…인사는 신뢰가 중요하다. 구성원이 승복해야 한다”고 썼다. 만약 대한축구협회장이 선수선발권을 빼앗아 행사했다면 월드컵 4강에 진출 못했을 것이라고 확언한다.

▽김윤상 검사=법무부가 검찰의 영향을 받지 않듯이 검찰도 법무부의 영향을 안 받아야 한다. ‘수사권을 인사권으로 견제한다’는 말은 듣기 좋아 보인다. 그러나 지휘부가 말리는 수사를 하는 검사나, (정치적으로) 큰 사건을 하는 검사는 지방으로 날려버린다.

▽노 대통령=나름대로 비상한 결심을 했다. 여러분도 결과적으로 지금의 검찰 지휘부를 옹호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지 유념하라. 여러분이 인사를 막으면 인사가 유예되고, 여러분 지휘부도 정치적 역량이 간단치 않은 분들이다.

▽김병현 검사=노무현 정부만의 검찰이 아니다. 영원한 국민의 검찰이다. 이웃집 애들이 꾀어서 수업을 빼먹기도 했지만 이웃집 애들은 가만두고 우리만 혼냈다. 이제는 기가 하도 죽어서 학교에 가기 싫어졌다.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그러나 대통령이 바로 서야 검찰도 바로 선다.

▽김영종 검사=검사들을 반개혁 대상으로만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노 대통령=뜨겁게 논쟁이 됐다. 이번 인사는 그냥 넘어가고, 다음 인사에서 여러분은 제동을 걸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장관이 약속 지키지 않으면 그때 다시 제동을 걸 기회가 있을 것이다. 여러분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눴고 돌아가서도 여러 가지 판단을 해보겠다. 나의 처지도 존중할 것은 존중해 달라. 직무 가치와 소신, 신념 등을 존중하면서 한 번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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