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대철(鄭大哲) 대표와 김원기(金元基) 상임고문 등 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 만찬을 함께하면서 “민주당은 외교적 신뢰를 잃지 않는 범위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고, 한나라당도 국익을 고려해 여야간 정치적 타협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여야간 정치적 협상을 통한 타결을 촉구했다. 이날 회동에서 한화갑(韓和甲) 상임고문과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 등 민주당 지도부의 다수는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을 적극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참석자는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무조건 특검은 안 된다는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박 최고위원 등은 “한나라당이 다수의 힘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특검법안을 그대로 수용하면 앞으로 남북관계 등에 문제가 야기될 것이며, 대통령이 일단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익에 손상이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상규명을 이룰 수 있도록 야당과의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조건부 거부권 행사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11일 한나라당 지도부와 만나 대화한 뒤 결론을 내리겠다”고 답했다고 송경희(宋敬熙)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와 관련,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민주당이 대통령의 거부권에만 기대는 전략 부재의 상황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추가 협상을 통해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에는 거부권 행사가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회동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인사 시비에 휘말려 있는 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부 장관의 경질문제는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는 민주당에서 정 대표와 김 고문 외에 한광옥(韓光玉) 이협(李協) 김태랑(金太郞) 이용희(李龍熙) 최고위원, 당 3역, 기조위원장, 대변인 등 모두 14명이 참석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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