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당초 노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제의한 이유가 특검법을 둘러싼 논란을 끝내기 위해서였기 때문. 노 대통령은 4일 KBS창사기념 리셉션에서 “특검의 수사범위를 국내로 한정하자”며 특검법의 수정을 요구한 뒤 한나라당 방문 의사를 처음 내비쳤었다.
그러나 합의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특검법 처리에 대한 입장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청와대측은 특검의 수사범위를 국내에만 한정하거나 대북송금루트에 대한 조사를 제외하는 수정안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나라당측은 “특검법을 논의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그쪽(청와대)에서 굳이 얘기를 꺼낸다 하더라도 달라질 것은 없다”는 초강수를 견지하면서 회담 하루전인 10일에도 청와대와 민주당이 주장하는 조건부 거부권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박 대행은 이날 회담 준비차 당사를 방문한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의 요구대로 특검기간을 70일로 줄이고 수사범위도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북으로 송금된 3건에 대해서만 하기로 수정안을 낸 것”이라며 “더 이상 협상의 여지도 물러설 땅도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한나라당 고위당직자는 또 “이번 만남은 특별한 합의보다는 새정부 출범 후 처음 갖는 영수회담이라는 의미만 있을 뿐”이라며 “특검법 처리와 관련해 공은 이미 청와대로 넘어갔고 특검법은 국회에서 통과된 대로 처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영수회담이 자칫 특검법 수정을 위한 만남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해 ‘특검법 논의는 불가하며 국정전반에 대해 대화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회담직전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한편 유 수석은 박 대행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하면서 “솔직히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에 부정적이나 민주당이 막무가내로 특검에 반대하고, 일부 학자들은 특검이 실시되면 남북대화 채널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며 “그래서 남북관계 신뢰에 금이 가지 않는 선에서 특검을 실시하자는 조건부 특검 얘기가 나왔다”고 그간의 여권 내부 기류를 전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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