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대표실과 사무총장실 대변인실 등에는 “영수회담이 특검제 거부권 행사를 위한 모양 갖추기에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내용의 전화가 쇄도했다.
한 당직자는 “솔직히 말해 노 대통령이 특검제 문제는 입에도 안 올리겠다고 하면 영수회담을 연기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특검제 문제는 더 이상 한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는 기류가 워낙 완강하다보니 미리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1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영수회담 대응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노 대통령의 방문을 하루 이틀 늦추는 방안과 함께 예정대로 회담을 하되 특검제 논의 배제를 사전에 약속 받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영수회담 ‘연기소동’은 대선 패배 후 쇄신안을 둘러싸고 당의 분란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들어선 현 임시지도부가 지도력의 한계를 명백히 드러낸 것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박 대행의 경우 그간 여러 차례에 걸쳐 “노무현 정부에 대해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서는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강조해온 터라 북핵 사태와 경제 위기 같은 긴박한 국가적 문제들을 눈앞에 두고 당 분위기에 편승해 이미 합의한 영수회담의 연기를 결정한 것은 지나치게 경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지도부가 사실상 아무 힘이 없는 데다 혹시라도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자신들에게 튈지도 모르는 불똥을 먼저 걱정한 것 아니겠느냐”며 “이러고도 어떻게 원내 과반수 제1당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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