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김 부총리 등이 김각영(金珏泳) 전 검찰총장을 만난 사안의 성격을 ‘정부 기관간의 의견 교환’이라고 규정했지만 과거의 관행이나 상식에 비춰볼 때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일반 정부 부처와 달리 검찰은 최고 사정기관이라는 점에서 부처간 업무 협조 차원의 관계가 성립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지적이다.
검찰총장을 지낸 김모 변호사는 “장관이 어떻게 검찰총장을 만나자고 하느냐. 그런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며 “내 경우 우연히 행사장 같은 데서 만났을 때에 부처의 애로사항을 전달받은 경우는 있었지만 대놓고 만나자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만나자고 해서 만나준 검찰총장도 똑같이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검찰의 중립과 독립성, 신뢰가 쌓이면 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그런 만남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지만 검찰 수사의 독립성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이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다.
김 부총리 등이 김 전 총장을 만난 과정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사전에 어떠한 교감이 있지 않았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부총리는 “8일 신임 장관들과의 국정토론회장에서 노 대통령에게 검찰총장을 만났다는 사실을 사후보고했다”고 밝혔으나 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사정수사의 속도 조절’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의중을 나름대로 짐작해서 검찰에 전달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 부총리 등의 검찰 수뇌부 접촉이 검찰 수사 결과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검찰이 11일 이 사건 주요 피의자들의 구속 만기 시점에 맞춰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등 통상적인 수사 일정을 지켰기 때문이다.
한편 청와대는 김 부총리와 이 위원장에 대해선 ‘정부 기관간의 의견 전달’, 이 문제를 제기한 이석환(李錫煥) 검사에 대해서는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사려 깊지 못했지만 정황상 외압으로 느꼈을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문책할 일은 아니다”고 각각 입장을 정리함으로써 이번 사태를 불문에 부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