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주례보고 중단 속앓이…盧취임후 한차례도 안열려

  • 입력 2003년 3월 11일 19시 19분


국가정보원장의 대통령에 대한 주례보고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취임 이후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정원 관계자들은 “새 국정원장 인선이 늦어지는 데다, 노 대통령도 주례보고를 받지 않아 국정원의 정보수집 활동이 전반적으로 부진해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 대통령이 국정원장의 주례 대면보고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이 국정원장 교체기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며 “하지만 노 대통령의 국정원 개혁의지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9일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에 당선한 이래로 국정원의 정치 관련 정보보고를 단 한 건도 받지 않았다”며 국정원의 기존 보고체계에 대한 대개혁을 예고했다.

그러나 문제는 국가 최고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이 같은 변화에 동요하며 일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노 대통령이 검찰 수뇌부와 마찬가지로 현 국정원 지도부에 대해서도 강한 불신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들 사이에선 ‘위에서 보고를 안 받으니, 아래에서 일할 맛이 안 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새 정부가 ‘국정원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구체적 청사진을 보여주지 않아 직원들이 막연한 불안감에 싸여 있다”며 “요즘 국정원의 정보 수집 파트는 심하게 말하면 ‘식물 상태’”라고 말했다.

국정원측은 특히 대통령직인수위 활동기간에 국정원 개혁방향을 정하고, 국정원장 후보자도 미리 내정해 국가정보기관의 업무공백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워했다.

한편 국정원 직원들을 최근 국정원 개혁에 대한 자체 여론조사에서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정치관련 정보수집은 금지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방침에 과반수 이상이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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