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국가리스크]<하>韓美공조 통한 北核해결 급선무

  • 입력 2003년 3월 17일 18시 50분


《“한국경제를 둘러싼 외부 불안요인은 한국정부에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그러나 여기에서 빚어지는 파급효과는 최대한 줄여야 한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라크전쟁과 북한 핵사태로 요약되는 해외 불안요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들 두 요인은 한국 정부가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답답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기에는 그 영향력이 너무도 크다.》
이라크전쟁이 임박해졌다는 소식에 국제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을 치고 한국증시도 폭락세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경제의 기초가 흔들리지 않도록 수습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북한 핵사태로 시작된 외국인 투자자의 불안심리가 높아진 데다 SK글로벌 사태로 한국기업의 회계투명성이 다시 한번 의심받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차원의 경제설명회(IR)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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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 후(後)폭풍에 대비하라〓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라크공격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전쟁에서 파생하는 최대위험은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이다. 현재 한국의 원유비축량은 94일분 정도이며 한국으로 향하는 유조선의 길목인 걸프지역의 호르무즈 해협만 봉쇄되지 않는다면 원유의 안정적인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하면 일시적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을 것이기 때문에 그 충격이 국내경제에 그대로 옮겨지지 않도록 유가안정대책을 차질 없이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기업생산과 민간소비에 필요한 석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유가상승은 △전력공급 및 생산활동의 차질 △기업의 생산원가 상승 △석유수입대금 증가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 △민간소비 위축 등의 연쇄효과를 가져와 경제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권태규(權泰圭)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세운 유가대책은 차량10부제 등 일시적으로 국민에게 불편을 주는 것이 많지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다만 이라크전쟁이 끝난 후에라도 석유소비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에너지 절약기술 보급 등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라크 전쟁, 북핵 문제, 세계경제 침체 등 대외 변수는 물론 한국 기업의 고질화한 회계부정 등 최근 쏟아져 나오는 내부 악재가 주식회사 한국의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북한 핵사태의 불안감을 줄여야〓한국정부는 북한 핵사태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데도 해결과정에서 많은 경우 제외되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시험으로, 미국은 한반도 주변의 전력 증강배치로 맞서고 있다. 최근 한-미 양국 정상이 전화회담을 갖고 “북한 핵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원칙적인 합의를 했지만 이는 미국이 이라크전쟁에 전념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따라서 한-미 정책공조를 통해 평화해결 의지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북한 핵사태로 외국인 투자자의 불안심리가 높아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금융연구원 박해식(朴海植) 국제금융팀장은 “이라크전쟁 임박과 유가불안이라는 글로벌 리스크와 북핵 위기 고조에 따른 컨트리리스크가 가중돼 한국경제가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며 “북핵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국제금융시장에 최대한 알려 외국인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시장불안 대응은 신속하게〓최근 SK글로벌의 분식회계로 촉발된 금융시장의 불안을 막기 위해 정부가 시장개입을 통해 신속하게 대응한 것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대우나 현대그룹처럼 기업내부에서 부실이 쌓여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왔을 때 칼을 대는 것은 엄청난 비용을 가져온다는 사실이 입증돼왔다.

금융연구원 이명활(李銘活) 연구위원은 “앞으로도 시장에 위기의식이 퍼질 때 정책당국이 이를 분명히 파악하고 곧바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이라크戰 전망과 미국경제▼

미국-이라크 전쟁이 임박한 가운데 세계 주요 분석기관들은 미국이 단기간내 일방적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전쟁 이후 국제유가 안정과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해선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미국이 4∼6주 안에 별다른 피해 없이 이라크전에서 승리할 확률이 40∼60%에 이른다고 예측했다. 4개월 이상 장기전이 될 가능성은 5∼10%에 불과하다는 게 CSIS의 분석이다.

CSIS는 이라크전 조기 종결 이후 미국과 동아시아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당초 전망치보다 각각 0.5%포인트, 0.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유가도 안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원유 선물시장에서 장기선물유가(6월, 12월 인도물)가 현물가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류후규 해외조사실 종합분석팀장은 “세계경제의 중심축인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인다면 한국 경제도 수출 증대와 설비투자 활성화로 5%대 성장률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국제유가 안정으로 국내 소비자물가가 안정되면 안정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의 미국경기 침체가 내부의 구조적 문제 탓이어서 이라크전 결과에 관계없이 장기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리만브러더스사의 에단 해리스는 “이라크 종전 이후 미국의 이라크 주둔 비용, 정부재정 악화, 금리 상승에 따른 주택경기 둔화 등 이라크전 후유증도 만만치 않아 미국 경기 회복의 지속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의 스테판 로치는 “90년대 후반의 신경제거품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아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쉽게 회복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 대외관계위원회와 라이스대 부설 제임스 베이커연구소는 ‘이라크 내 친미정권이 수립되더라도 사우디 주도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가격 결정력이 유지되어 고유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며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유전을 파괴할 경우 배럴당 40달러대의 고 유가가 지속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재하 연구위원은 “이라크전쟁 변수는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똑같이 겪는 것이므로 우리만 불리할 것도 유리할 것도 없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금융 부실 등 내부 위험을 줄여 이라크전 후유증을 견딜 체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北核 시나리오와 한국경제▼

북한 핵문제는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대표적 외생변수이다. 외생변수라는 것은 자체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외부적 조건이라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핵 문제가 어떻게 진전되느냐에 따라 시장불안은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북핵이란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되면 환율 급등과 국가신용등급 하락이 예상된다.

모건스탠리의 환율담당 애널리스트 스티븐 젠은 14일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즉 △북한이 은둔상태로 들어가고 무기개발을 중지하는 것 △북한이 동북아시아 국가의 어떤 도시를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하려 하는 것 △미국의 선제공격에 따라 북한이 붕괴하는 것 등이다. 이 가운데 첫 번째 시나리오는 ‘원화가치를 지키기 위한 최적의 환경’이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게 젠씨의 주장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물론 세 번째 경우. 통독 당시 서독이 부담한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엄청난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원화가치는 전면 재평가(폭락)될 수밖에 없다는 것.

국제적인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사의 다카히라 오가와 아태지역 국가신용평가담당 이사도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핵으로 인한 지역의 긴장이 앞으로 생각 이상으로 높아지면 국가 신용등급에 리스크가 추가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3월 6일 보고서(한국신용등급 ‘A-, 안정적’을 유지한다는 내용)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오가와 이사가 제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평화적 타협과 상호체면이 유지되는 방식을 통해 국제사회가 북한에 충분한 도움을 주는 대신, 북한은 테러집단이나 적대국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는 것 △북한 핵 개발이 더욱 진행됨에 따라 한국의 외교적 교섭력이 떨어지지만, 동북아 힘의 균형에 큰 변화가 없고 또한 북한의 붕괴에 따른 통일비용의 지출 가능성이 낮은 상태 △ 무력충돌이 일어나고 결과적으로 엄청난 인명손실과 북한의 붕괴가 현실화되는 상태 등 세 가지이다. 이중 두 번째 시나리오보다 상황이 악화되면 국가신용등급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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