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대통령별장 해제후 軍휴양지로 '靑海臺’ 돌려주오”

  • 입력 2003년 3월 18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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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대(靑南臺)는 주민들에게 돌려주면서 옛 청해대(靑海臺)는 왜 묶어둡니까.” 경남 거제시와 주민, 시의회, 시민단체 등이 18일 ‘바다의 청와대’로 불리는 청해대가 위치한 저도(거제시 장목면)의 관리권을 거제시에 넘겨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청해대는 10년 전 대통령 별장에서 해제됐으나 현재 소유권은 국방부가, 관리권은 해군이 갖고 있다.

거제시측은 국방부가 저도의 관리권을 갖고 있는 것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지역발전에도 장애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2010년 완공예정인 부산과 거제를 연결하는 ‘거가대교’가 저도를 통과하도록 설계돼 있는 만큼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서도 하루빨리 저도가 개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제시 장목면 북단 1.5㎞ 지점의 저도 안에 있는 청해대는 1954년부터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이 하계 휴양지로 사용한 이후 72년 대통령 별장으로 공식 지정됐으며 93년 대통령 별장에서 해제됐다. 이어 그해 12월 행정구역도 진해시 안곡동에서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로 18년 만에 환원됐다.

당시 조업허용을 요구하는 어민들의 해상시위 등이 잇따르자 공동어장 관리권은 유호어촌계에 되돌려 줬다. 현재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저도 주변의 조업이 통제되는 일은 없다.

청해대가 대통령 별장시설에서 해제된 후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은 재임 중 한번도 이곳을 이용하지 않았으며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99년 7월 여름휴가 기간 중 하룻밤을 머물렀다.

이에 따라 청해대는 그동안 군 간부들의 휴양시설로 이용돼왔으나 일반인의 출입은 엄격히 통제해 주민들에게는 ‘베일 속의 섬’으로 인식돼왔다.

1997년과 2000년 두 차례나 저도 관리권을 거제시로 이양해달라고 국방부에 건의했던 전 거제시의원 이행규씨(46·거제사랑 시민회의 의장)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섬을 군 간부들만의 휴양시설로 묶어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해연(金海淵) 거제시 의원도 “이미 용도폐기된 시설을 군 당국이 관리하는 것은 별장 해제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며 “관리권 이양 문제를 시의회에서 공론화하겠다”고 말했다.

관리권 이양을 수차례 건의해 온 거제시는 거가대교 건설에 대비, 2000년 저도 일대에 리조트와 마리나 시설, 수변 휴양시설 등을 건설하는 해상공원 개발 계획을 세웠으나 아무런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거제시 관계자는 “해군측이 거가대교의 저도통과를 허용한 것은 저도가 군사시설로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도 있다”며 “조만간 저도관리권 이관에 대한 시민의견 수렴과 시의회의결을 거쳐 해군 등 관계기관과 관리권 이관 협상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저도는 대통령 별장의 존재 여부와 별개로 넓은 의미의 ‘해군기지구역’에 포함되는 요충지인데다 군사 시설물도 있어 관리권을 이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저도: 원래 국가 소유였던 이 섬은 1949년 국방부로 소유권이 넘어갔으며 54년부터 해군이 관리권을 행사하고 있다. 13만1300여평의 섬 전체가 동백과 해송, 팽나무 군락으로 뒤덮인 데다 200여m의 백사장이 있어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꼽힌다. 지상 2층, 연면적 171평 규모의 청해대 건물과 경호원 및 경비원 숙소, 전망대, 9홀 규모의 골프장 등이 들어서 있다.

거제=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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