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인계철선' 반박 배경]美, 對北 최전선방어서 발빼

  • 입력 2003년 3월 19일 18시 37분


18일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주한미군의 ‘인계철선’(tripwire·전쟁 발발시 미국이 자동개입토록 하는 단서) 역할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는 대북(對北) 억지력의 핵심인 주한미군의 ‘최전선 방어’ 임무를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돼 앞으로 한미 동맹 재조정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고된다.

▽인계철선 포기?〓한미 연합군의 ‘작전 계획 5027’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은 일주일 내에 미 본토에서 69만여명의 지상군과 5개 항모 전단을 파견해 반격에 나서도록 돼 있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존재는 자체 전력보다는 유사시 막대한 후속 전력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한미동맹의 요체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주한미군의 역할은 90년대부터 미국 내부에서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반미감정이 불거지면서 미 정가에선 3만7000명의 주한미군은 ‘볼모’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실제로 북한은 휴전선 인근에 240㎜ 다연장로켓과 170㎜ 자주포 등 1만여문의 장사정포를 배치해 주한미군을 1차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은 한국의 방위를 위해 미군을 먼저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공식 천명한 것”이라며 “주한미군이 후방으로 빠질 경우 그 공백을 한국군이 고스란히 맡게 돼 막대한 전술 전략적 부담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 2사단의 한강이남 재배치와 미군 감축은 더 이상 가능성이 아닌 기정사실로 수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전후방이 따로 없는 현대전에서 미군 기지의 재배치가 대북 억지력의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앞으로 한미동맹 재조정 협의도 이 같은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용산기지 이전과 전시 작전 통제권 환수 문제〓미 국방부 고위 관리의 발언대로라면 용산기지 이전은 훨씬 앞당겨질 전망이다. 당초 한미 양국은 연말까지 이전 상세 계획을 마련키로 합의했지만 그는 수개월 내에 장소를 정하고 병력 이동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5∼10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 용산기지 이전은 다른 어떤 현안보다 빠르게 진척될 전망이다. 이런 급박한 일정을 감안할 때 이전 후보지로는 오산이나 평택 등 이미 기반시설이 갖춰진 곳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는 또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에 대해서는 ‘현 지휘체계에 만족하고 변화를 원치 않는다’고 언급해 이 문제가 한미동맹 재조정의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 정부도 대북 정보수집자산을 미측에 대폭 의존하는 현실에서 당분간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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