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라크戰 南에 비난 화살

  • 입력 2003년 3월 21일 18시 44분


북한이 이라크전과 관련한 직접적인 미국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군사 공격을 시작한 지 만 하루가 지난 2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발표했지만 비난의 화살은 미국이 아닌 남한이었다.

조평통은 이날 발표한 대변인 성명에서 이라크전쟁과 관련해 “남한 정부가 반공화국 대결소동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우리는 엄중한 사태를 절대로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평통은 “남조선 당국은 이라크전쟁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우리를 걸고 국가안전보장회의니, 다각적인 대응책이니 하고 소란을 피우며 전쟁전야에만 발동하는 ‘데프콘2’라는 초경계태세를 내렸다”며 “남조선 당국이 조기경계태세를 취한 것은 우리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참을 수 없는 적대행위”라고 비난했다.

조평통은 또 “남조선에서 벌어지는 무모한 불장난이 조선반도의 평화와 북남관계에 미칠 돌이킬 수 없는 후과(결과)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강도 높은 비난은 6·15공동선언에 기초한 ‘민족공조’보다는 미국과의 ‘외세공조’쪽으로 남한이 기운 것에 대한 불만으로 풀이된다.

또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 의해 북한도 이라크 이란과 더불어 ‘악의 축’ 국가로 지목했지만 “우리는 이라크전쟁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나종일(羅鍾一)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북한이 조심스럽게 사태를 관망하는 것 같다”고 기자들에게 견해를 밝혔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조평통 성명과 관련해 유감 입장을 발표하고 “주변상황이 어려울수록 남북은 상호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6·15남북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해나갈 것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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