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대변인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20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변화가 있느냐”고 질문하자 “워치콘(Watch Condition·대북정보감시태세)Ⅲ로 한 단계 높였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에 기자들이 “데프콘(Defense Readiness Condition·방어준비태세)이 아니냐”고 묻자 “죄송하다. 군사나 작전에 관한 것은 충분히 답변해 드릴 수 없다”며 주춤했다. 기자들이 재차 “한 단계를 올린 것은 맞느냐”고 묻자 송 대변인은 “네”라고 대답했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은 “대북 정보감시태세를 워치콘Ⅱ로 한 단계 올렸다”는 기사를 내보냈고 AP 등 주요 외신도 “한국군이 1996년 북한군의 판문점 진입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워치콘Ⅱ로 격상했다”며 한반도가 긴장상태에 들어간 것처럼 보도했다.
송 대변인이 “워치콘Ⅲ로 한 단계 높였다”고 한 브리핑은 잘못된 것이었다. 워치콘은 1999년 6월 연평해전 뒤 워치콘Ⅳ(평상시)에서 워치콘Ⅲ(정보요원 감시강화)로 올린 뒤 현재도 워치콘Ⅲ를 유지하고 있으며 전군에 내리는 방어준비태세도 데프콘Ⅳ(평상시)로 변동이 없기 때문. 그러나 언론에서는 송 대변인의 “한 단계 높였다”는 말에 무게를 두고 워치콘Ⅱ(적 도발징후의 현저한 증가상태 대비)로 들어갔다고 보도한 것.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국방부는 발칵 뒤집혔고 한미연합사와 합참본부에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전화가 쇄도했다. 오후 들어 국가안전보장회의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브리핑에 나선 나종일(羅鍾一)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은 워치콘 격상 여부에 대해 “아직 그런 것은 없고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송 대변인의 오전 브리핑이 잘못됐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북한은 21일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에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남한을 강력히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조평통은 “남조선 당국은 이라크전쟁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우리를 걸고 국가안전보장회의니, 다각적인 대응책이니 하고 소란을 피우며 전쟁전야에만 발동하는 ‘데프콘Ⅱ’라는 초경계태세를 내렸다”며 “이는 우리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참을 수 없는 적대행위”라고 비난했다. 조평통이 왜 ‘데프콘Ⅱ’라는 말을 썼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외신의 ‘워치콘Ⅱ’를 오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통일부는 유감 입장을 밝히면서 “우리는 ‘데프콘Ⅱ’라는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주변상황이 어려울수록 남북은 상호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