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감청 감찰내용 이미 언론 공개, 비밀로 생각하지 않았다

  • 입력 2003년 3월 22일 19시 06분


국가정보원 내부 감찰자료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건모 국정원 광주지부장이 22일 오전 서울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나오고 있다. 원대연기자
국가정보원 내부 감찰자료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건모 국정원 광주지부장이 22일 오전 서울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나오고 있다. 원대연기자
국가정보원 도청 의혹과 관련된 국정원의 내부 감찰 진행 상황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국정원법 위반)로 21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건모 국정원 광주지부장(1급)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22일 오전 10시반 서울지법 319호 법정에서 최완주(崔完柱) 영장전담 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 지부장은 이날 심문에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 내부 감찰 정보를 평소 친분이 있던 민간인 박모씨에게 유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12월 초 감찰 결과가 이미 언론에 공개된 뒤여서 공무상 취득한 비밀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박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이 지부장과 공모해 국정원 감찰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국정원 심모 과장(3급), 민간인 지모씨와 함께 18일 밤 긴급체포됐다 체포 시한(48시간)이 지나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계속 받기로 하고 20일 새벽 석방됐다.

이 지부장은 또 “내부 정보를 유출한 배경에 정치적 의도는 없었으며 한나라당이 폭로한 ‘도청문건’의 작성에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부장은 심문에서 지난해 12월 11일경 박씨에게 “H과장이 조사받고 있으니 신속히 대응하기 바람”, “H과장의 출신 고등학교는 진주고가 아니라 전주고임” 등 2개의 문자 메시지를 휴대전화를 통해 보냈다고 시인했다.

H과장은 지난해 11월 한나라당에 의해 국정원 도청의혹이 제기되자 국정원 정보 유출 혐의자로 지목돼 국정원의 자체 감찰을 받고 인사조치됐던 인물이다. 검찰은 이 지부장과 H과장 그리고 박씨 라인이 한나라당이 폭로한 ‘도청문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아직 확인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이 지부장이 2개의 휴대전화(국정원 지급 1개, 개인소유 1개)를 사용한 것에 대해 “국정원에서 지급한 휴대전화가 있는데도 개인용도의 휴대전화를 따로 구입해 사용한 것은 감청을 당할 것을 우려해 그런 것이 아니냐”며 국정원의 휴대전화 도·감청 의혹을 추궁했으나 이 지부장은 이를 부인했다.

법원은 이날 오후 이 지부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지검 공안2부(황교안·黃敎安 부장검사)는 이날 이 지부장이 유출한 국정원 감찰 정보를 토대로 한나라당이 지난해 공개한 ‘도청문건’과 연관된 정보유출 라인 파악에 수사력을 모았다.

검찰은 특히 이 지부장과 관계를 맺어온 한나라당의 인맥 등을 밝혀내는 것에 힘을 쏟고 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