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宋대변인을 어찌하리…무지… 실수… 度넘은 ‘청와대 입’

  • 입력 2003년 3월 23일 18시 53분


송경희(宋敬熙) 청와대 대변인의 20일 ‘워치콘 격상’ 발언이 남북 대화의 단절로 이어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 때문인지 23일 청와대 일각에서는 북한의 과잉대응이 더 큰 문제지만, 송 대변인의 거취 문제도 검토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대통령비서실의 한 고위관계자는 “24일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이런 저런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해 대변인 문제가 정식으로 논의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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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인 인선 과정=새 정부는 청와대의 취재시스템을 개편하면서 홍보수석비서관과 대변인을 분리하고 하루에 두 차례씩 정례 브리핑을 하기로 하는 등 대변인의 위상과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걸맞은 사전 검증절차를 충분히 거쳤느냐는 지적이 청와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브리핑을 생방송한다는 점만을 의식해서 인선을 한 나머지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이나 정책노선을 충분히 소화해낼 만한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해선 제대로 평가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당선자 시절이던 1월 중순경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대변인은 정치권 출신보다 ‘테크노크라트’를 쓰고 싶다”는 뜻을 주변 인사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과정에서 대변인 후보로 거론되던 민주당과 선대위 출신 인사에 대해서는 여러 참모에게 직접 꼬치꼬치 장단점을 캐묻는 등 상당히 중요한 자리라는 인식을 보였다고 한다.

인사특보로서 인선의 실무작업을 맡았던 민주당 신계륜(申溪輪) 의원은 방송분야의 전문가와 헤드헌터 등 5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고, 3명의 여성인사를 후보로 압축했다. 당시 송 대변인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는 게 신 의원의 설명이다.

신 의원의 지시로 이광재(李光宰·당시 기획팀장) 국정상황실장이 송 대변인을 직접 면접했고, 이 실장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며 유보적인 보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달 10일 오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에 이해성(李海成) 문화방송 베이징특파원이 내정된 사실이 일부 언론에 노출되자 신 의원은 외부에 있던 당시 노 당선자에게 전화를 걸어 “대변인까지 함께 발표하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해 송 대변인의 내정 사실을 서둘러 발표했다는 후문이다.

▽문제점 및 청와대 분위기=송 대변인은 내정 발표 직후 첫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각종 회의 브리핑에서 노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또한 북핵문제를 비롯한 외교안보 분야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송 대변인의 전문 지식이 부족해 이를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달 25일 정부 출범 첫날 송 대변인은 러시아 사절단과의 면담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북한의 안전 문제는 미국과 협력하고 에너지문제는 러시아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미국 정부를 자극할 수도 있는 설명을 했다.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송 대변인은 자신의 생각이 섞인 것이라고 물러섰다.

처음 4, 5일 동안 실수를 연발하면서 이달 초 노 대통령에게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보고가 올라갔고, 대변인에 대한 보좌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이에 따라 각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들이 ‘원조브리핑’에 나서기 시작했다. 또 김만수(金晩洙) 춘추관장이 부대변인을 겸임하면서 보조브리핑을 하고 있고, 대변인 보좌관도 당초 1명에서 2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또다시 ‘워치콘 격상’ 실언이 나오자 청와대 내부에서도 “역부족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정작 ‘오보와의 전쟁’을 말한 새 정부가 청와대 대변인의 잘못된 브리핑과 그로 인해 국민의 알 권리가 제약을 받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점도 큰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임명한 지 한달밖에 안된 대변인을 교체하면 새정부의 인선시스템이 잘못됐다는 인상을 줄 것이 분명해 청와대는 이래저래 고민에 빠져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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