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정부가 출범한 직후부터 정치권 안팎의 최대관심사는 단연 ‘누가 실세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은 “노 대통령이 철저하게 ‘체크 앤드 밸런스(Check & Balance)’ 원칙아래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인에게 힘이 쏠리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과의 거리가 권력의 척도인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어느 정도의 힘쏠림 현상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우선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비서관은 노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참모로 꼽힌다. 당선자 시절부터 새 정부의 장관 인선과정에 깊숙이 관여했고 취임 직후의 검찰 수뇌부 교체작업도 모두 문 수석의 진두지휘 아래 이뤄졌기 때문.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의 감시자 역할을 할 특별감찰팀도 그의 책임 아래 있다.
대선 직후 신건(辛建) 국가정보원장 유임설이 나온 이면에는 문 수석이 국정원 개혁의 청사진을 마련한 뒤 직접 국정원장으로 가는 방안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산 민심의 ‘창구 역할’도 문 수석에게 부여된 보이지 않는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이호철(李鎬喆) 민정1비서관을 주축으로 한 부산팀은 대통령비서실 내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문 수석에게 힘이 실리는 것은 집권 초기의 현상일 뿐이라는 해석도 많다. 인선작업이 거의 마무리돼 가면서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 쪽으로 중심이 이동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14일 문 실장이 각종 인사회의를 주재하도록 하고 모든 보고서를 문 실장을 거치도록 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뒤부터 문 실장의 조정자 역할은 훨씬 강화된 느낌이다. 최근 노 대통령은 문 실장과 관저에서 몇 차례 단독으로 조찬을 가지기도 했다.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비서관 역시 대북비밀송금 사건 특검법안의 처리 과정에서 여야 양쪽을 적절하게 압박하고 설득하는 정치력을 보임으로써 노 대통령의 신뢰가 한층 높아졌다. 특히 노 대통령과 ‘통추’ 시절부터 가까운 유 수석은 노 대통령이 주재하는 각종 회의에서 거침없는 직언을 해 두터운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정찬용(鄭燦龍) 인사보좌관은 대통령이 임면권을 갖고 있는 정부 내 각종 인사의 추천권을 꽉 틀어쥐고 있어 ‘저승사자’라는 애칭을 얻고 있다. 최근 노 대통령은 각종 인선과정에서 정 보좌관이 일 처리를 매우 성심성의껏 한 데 대해 사석에서 “정찬용 보좌관은 참 예쁘죠”라고 각별한 신임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또 정찬용 보좌관-양길승(梁吉承) 제1부속실장 라인은 호남 민심의 파이프라인 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당시 노 후보캠프의 광주지역 담당자였던 양 실장은 15일 노 대통령의 지시로 광주에 내려가 현지 민심을 살피기도 했다.
‘386참모’의 대표격인 이광재(李光宰) 국정상황실장은 청와대 내의 각종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하는가 하면 노 대통령에게 수시로 국정과 관련한 건의를 하는 등 사실상 ‘리베로’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그는 오랜 교감을 통해 노 대통령의 사고를 읽고 있고,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각종 정보의 취합 정리는 물론 비공식적인 인사추천 및 여러 가지 기획관련 임무도 부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청와대 내 시니어그룹과의 갈등설까지 나오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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