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계류 의원 지역구 '民意공백' 사태 우려

  • 입력 2003년 3월 25일 18시 36분


선거법 위반과 개인비리 혐의로 기소된 16대 국회의원들에 대한 재판이 지연되고 있어 4월 이후 유죄가 확정되는 지역구 의원 자리는 내년 4월 총선까지 빌 가능성이 커 ‘민의(民意)의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예상되는 민의의 공백 현상=25일 대법원에 따르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 가능성이 큰 김윤식(金允式·경기 용인을·한나라) 의원에 대한 재판일이 이달 말까지 잡히지 않았다.

또 개인비리 혐의로 2심에서 금고 이상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이 유력한 정대철(鄭大哲·서울 중구·민주) 원철희(元喆喜·충남 아산·자민련) 의원에 대한 재판 기일도 다음달 이후로 넘어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실시되는 4·24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이들 의원의 지역구인 선거구가 제외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2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은 김영배(金令培·서울 양천을·민주) 의원과 상고심과 파기환송심에서 서로 내용이 다른 선거법 위반 혐의가 각각 적용돼 벌금 80만원씩을 선고받은 심재철(沈在哲·경기 안양동안·한나라) 의원에 대한 재판일만 이달 28일로 잡혀 있어 재보궐 선거 여부가 이달 안에 가려질 전망이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지역은 의원이 사퇴하는 등의 사고가 없을 경우 3월31일까지 선고된 대법원 판결로 결정하게 된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은 ‘보궐선거 등을 4월과 10월에 실시하되 선거일로부터 임기 만료일까지의 기간이 1년 미만이면 선거를 실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16대 총선 직전 연도였던 99년 당시 국력 낭비라는 비판으로 인해 하반기에 국회의원 선거를 실시하지 않았다”며 “올 10월에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되는 형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 가능성이 큰 4명의 의원에 대해 대법원이 4월 이후 유죄를 확정할 경우 해당 선거구 주민들은 길게는 1년가량 지역의 의사를 대변할 국회의원 없이 내년 총선을 맞게 된다.

이 밖에 11명이 아직 1심 또는 2심에 계류 중이다.

▽법원의 재판 지연=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사범의 경우 1심 재판은 6개월 이내에,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안에 마쳐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2000년 10월 시작된 김영배 김윤식 의원에 대한 재판을 29개월가량 끌고 있다.

법원은 16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사범 전담 재판장 회의에서 밝힌 약속도 스스로 어겼다. 당시 법원은 “선거법을 위반한 당선자는 당선무효형을 선고하고 1년 이내에 선거재판을 반드시 끝낸다”고 발표했었다.

또 개인비리로 기소된 박관용(朴寬用·부산 동래·무소속) 정대철 원철희 의원에 대한 재판도 4∼5년째 진행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정치인의 재판 지연 등에 대해 엄하게 대응하지 않는 바람에 지역구 공백 사태를 초래하거나 비리 정치인의 정치생명 연장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재판이 지연되면 비리 정치인이 임기 말까지 각종 면책특권과 세비를 꼬박 챙기는 기현상이 생기고 선거재판이 지연되면 불법 선거행위에 대한 처벌 효과가 반감돼 ‘당선부터 되고 보자’는 잘못된 의식을 부추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그동안 검찰의 기소가 늦었거나, 정치인들의 재판 참석이 저조해 이 같은 일이 빚어졌다”고 해명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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