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장은 24일 조영길(曺永吉) 국방부 장관을 만나 “새 정부의 인사개혁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다”며 사의를 분명히 했다. 군 수뇌부의 인사와 관련, 거취가 주목되던 이 의장이 물러날 뜻을 밝힘에 따라 육군참모총장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육군 1∼3군 사령관, 공군참모총장 등 대장급 7개 자리의 연쇄 인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런 상황은 조 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천명했던 ‘군 수뇌부 임기 보장’ 원칙과 정면 배치돼 군 내부적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조 장관은 당시 “법과 규정에 보장된 군 수뇌부의 임기는 특별한 잘못이 없는 한 반드시 지키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군 수뇌부 인사만큼은 소신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던 것. 이에 따라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해군 총장을 제외하고 공군총장은 내년 3월1일까지, 나머지 군 수뇌부들은 10월까지인 임기를 채울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가 임기와 상관없이 다음달 중 대규모 군 수뇌부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이에 대해 군 내부에선 충분히 예견된 사태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개혁을 기치로 내건 새 정부의 국방장관이 과거 정권의 군 수뇌부를 그대로 둔 채 군 개혁을 추진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또 심각한 군 인사 적체를 감안할 때 임기 보장을 명분으로 군 수뇌부의 교체를 미룰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군 고위 관계자는 “군 수뇌부의 대규모 인사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라며 “그러나 인사의 당위성을 떠나 국방장관의 ‘공언(公言)’이 청와대 관계자의 한마디로 ‘공언(空言)’이 돼버렸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고 말했다.
한편 내달 단행될 군 수뇌부 인사에서 합참의장 후보로는 남재준(南在俊·육사 25기)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김종환(金鍾煥·육사25기) 1군사령관, 서종표(徐鍾杓·육사 25기) 3군사령관(이상 대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또 육군 1∼3군 사령관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에는 이상희(李相憙) 합참 작전본부장과 양우천(梁宇千) 합참 인사군수본부장, 김충배(金忠培) 합참 정보본부장, 유해근(柳海槿) 교육사령관, 황규식(黃圭軾) 국방대총장, 신일순(申日淳) 육군참모차장 등 육사 26기출신 중장들이 거론되고 있다.
▼문정일 차기 해군총장 임명▼
정부는 25일 국무회의에서 문정일(文證一·59) 해군작전사령관을 중장에서 대장으로 승진시켜 제24대 해군참모총장에 임명하는 인사안을 의결했다.
경남 하동 출신인 문 신임 총장은 해사 23기로 임관해 구축함장과 제1함대사령관, 해군본부 인사기획관리참모부장, 조함단장을 거쳤다. 이취임식은 31일 오전 계룡대에서 열린다.
이번 인사로 공석이 된 해군작전사령관에는 오승렬(吳承烈·해사 24기·57) 해군참모차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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