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의원 "이회창씨 20만달러 수수說 청와대비서관이 제보"

  • 입력 2003년 3월 27일 18시 58분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이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 20만달러 수수 의혹’을 제기한 것은 김현섭(金賢燮) 당시 대통령정무기획비서관의 제보에 의한 것이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설 의원은 27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김병운·金秉云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 피고인으로 출석, “기자회견을 했던 지난해 4월 19일 아침, 김 전 비서관이 전화를 걸어와 김희완(金熙完)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부터 들은 내용이라며 제보를 해왔다”며 “김 전 비서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폭로하라며 자료를 팩스로 보내줬다”고 밝혔다.

설 의원은 “나는 청와대 비서관의 말이어서 당연히 사실로 믿고 기자회견을 했을 뿐”이라며 “당시는 ‘최규선(崔圭善) 게이트’로 야당의 정치공세가 극에 달한 상황이어서 이에 대응한 것이고 대선과는 관계없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또 “김 전 비서관은 기자회견을 하면 김희완씨가 재차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김희완씨가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잠적하면서 (기자)회견은 무산됐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녹음 테이프와 관련, “녹음 테이프를 직접 들은 적은 없다”며 “김 비서관을 통해 ‘최씨가 한나라당 윤여준(尹汝雋) 의원과의 대화를 녹음해 뒀으며, 필요할 경우 최씨가 누군가에게 사인을 보내면 테이프를 최씨의 친척인 이모씨에게 보내주기로 돼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제보자를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청와대 비서관이 제보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국정수행이 어려워질 것 같아 수사과정에서는 제보자를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설 의원은 지난해 4월 기자회견을 갖고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2001년 방미에 앞서 한나라당 윤여준 의원을 통해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씨로부터 활동비 명목으로 20만달러를 받았고 이를 입증할 테이프도 있다”고 주장,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 혐의로 2월 불구속 기소됐다. 김 전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후 유학 목적으로 미국으로 떠났다.

▼김 前비서관 "현재론 할말없어"▼

미국 워싱턴의 헤리티지재단에 연구원으로 와 있는 김 전 비서관은 “설 의원이 검찰에서 이미 진술했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자신의 무죄를 위해 말한 것으로 본다”면서 “현재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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