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과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가 30일 회동을 갖고 파병안 처리 일정 등을 논의하려다 찬반 논란이 분분한 점을 들어 이를 전격 취소했다. 양측은 “언론에 회동 계획이 노출돼 허심탄회한 의견조율이 어려웠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으나 전형적인 눈치보기 행태라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집권당임에도 불구하고 야당인 한나라당보다 훨씬 많은 의원들이 파병동의안에 반대하고 있어 ‘책임여당’이란 구호가 무색한 실정이다. 특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가까운 신주류들이 “파병에 반대하는 것이 오히려 노 대통령을 돕는 길”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노 대통령이 이중플레이를 한다’는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신주류의 한 중진의원은 29일 “말할 처지는 못되지만 노 대통령도 내심으론 부결되길 바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파병안이 부결되면 한국이 만만하게 볼 나라가 아니라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심어줌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였다.
한 핵심당직자도 “노 대통령이 정부가 제출한 파병안에 대해 일관성 있게 통과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진짜 ‘노심(盧心)’이 무엇인지를 둘러싸고 의원들이 혼란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이라크전에 이어 닥칠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국론결집이 시급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은 위험하다. 이제 찬반 논리는 충분히 표출된 만큼 결론을 내려야 할 때다”라며 파병논란의 조속한 매듭을 강조했다. 김재두(金在斗)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반평화주의자-평화주의자, 친미주의자-반미주의자로 단순평가하거나 낙선운동 운운하며 정치적 외압을 행사하는 것은 양극화와 국론분열을 초래할 뿐이다”며 국회의원들이 ‘소신’에 충실할 것을 촉구했다.
▽한나라당〓파병을 둘러싼 국론분열의 일차적 책임을 노 대통령과 민주당에 돌렸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29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일부 시민단체가 군의 항명까지 부추기는 등 지금 우리 내부의 혼란이 갈수록 통제불능의 상태로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노 대통령은 하루빨리 직접 나서서 이 걷잡을 수 없는 갈등과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배(李相培) 정책위의장도 “노 대통령이 파병을 결정해 놓고서도 오히려 특정 단체들이 벌이는 파병 반대 시위를 묵인하고 이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국론분열이라는 엄청난 대가와 후유증을 갖고 올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여당인 민주당이 여당이길 스스로 포기하고 대통령의 결정에 반대하는 상황에선 노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중립적 위치에서 초당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