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언론관]"우리는 나쁜 언론환경에서 일한다"

  • 입력 2003년 3월 30일 18시 57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9일 대통령비서실 직원 워크숍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던 도중 자신의 언론관을 소상히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격려사 말미에 비서실 직원부터 행동이나 몸가짐에 있어 절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특히 현 정부와 언론이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언론에 책잡히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조심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언론 문제를 꺼냈다. 다음은 언론 관련 발언 요지.

우리는 나쁜 언론 환경 속에서 일한다. 적개심을 가질 이유는 없다. 그러나 편하게 하려고도 하지 말라. 우리는 일부 언론의 시샘과 박해에서 우리 스스로를 방어해야 한다. 지난 5년간 ‘국민의 정부’를 끊임없이 박해한 언론과 한 시대를 같이 살아야 한다. 그것을 방어하느라 조금만 선을 넘어도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다. 우리 스스로가 조심하면서 방어할 수 있다. 책잡히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라. 참여정부가 이전보다 훨씬 어려운 건 이른바 불리한 언론 환경 속에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정부는 자기를 충분히 보호할 만큼 긴장하지 않았다. 그래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여러분은 참여정부 전체가 흔들리고 무너지지 않도록 각별히 도와 달라. 그리고 특별한 소수 언론말고 일반적인 언론과도 담담하게 긴장관계를 가져야 한다.

언론은 그야말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데 누가 견제하나. 없다. 특히 구조적으로 대단히 집중된 권력을 갖고 있다. 언론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국민으로부터 검증, 시험, 감사를 받은 적이 없다. 스스로 만든 권력을 세습까지 하므로 그 권력이 공정하기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내부적 통제도 봉쇄돼 있다. 통제되지 않는 권력, 검증받지 않는 권력은 대단히 위험하다. 그래서 언론에 대해 여러분이 모범적인 관계를 만들어 달라. 적당하게 소주 한 잔 먹고 우리 기사 잘 써주면 고맙고 내 이름 한 번 내주면 더 고마운 시대는 끝내야 한다.

내가 배신감을 느낄 때가 있다. 어렵게 대통령에 당선돼서 결의를 갖고, 감정적 보복은 안 하지만 한국 언론질서를 새롭게 하고자 노력하는데 여러분 중 일부는 기자들과 나가서 술 마시고 헛소리하고, 나가서는 안 되는 정보를 내보내고, 정말 배신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게 여러분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환경, 변화가 어려워서 그런 걸로 보고 그동안 참아왔고 앞으로도 얼마간 그럴지 모른다. 그러나 그에 대해 책임을 묻기 이전에 여러분은 제일 가까운 동지다. 우리 스스로 사이에서 ‘이거 어느 놈이 내보냈느냐’고 서로 의심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이것은 자존심과 품위에 관한 일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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