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동의안 국회 통과]"명분보다 실리" 與野 공감대

  • 입력 2003년 4월 2일 18시 52분


여야가 2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가까스로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한미관계에 직접적이고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동의안 처리를 마냥 늦출 수만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파병동의안 처리가 두 차례나 무산된 이후 여야는 지난달 28, 29일 전원(全院)위원회까지 열어 찬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는 등 나름대로 고심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여기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이날 국회 국정연설을 통해 파병결정의 배경을 설명하며 정치권의 동의를 호소함으로써 일부 시민단체의 ‘낙선운동’ 위협 등 반전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워 온 정치권의 부담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모두 68명이 반대하고 9명이 기권했을 뿐만 아니라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22명)보다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43명)의 반대표가 두 배나 많이 나오는 등 파병동의안을 둘러싼 갈등이 만만찮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노 대통령이 이날 파병반대파의 ‘명분 없는 전쟁’ 논리에 공감하면서도 “그러나 아직은 명분이 아니라 현실의 힘이 국제정치를 좌우한다”며 ‘현실론’을 거듭 강조한 것도 이런 상황을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 파병동의안 처리가 늦춰질 경우 파병 시기를 놓쳐 파병의 실익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확산된 것도 한몫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날 동의안의 국회 처리를 앞두고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비공식 접촉을 가졌다. 양당 총무는 그동안 파병동의안에 대해선 충분히 찬반 의견을 개진한 만큼 이날 본회의에서 찬반토론을 8명으로 제한하는 데 합의, 일부 의원들이 의사진행을 방해할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규택 총무는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표결 연기를 요구했지만 “더 이상 표결을 늦추면 국론분열만 일으킬 뿐”이라고 일축했다.

표결에 앞서 김근태(金槿泰) 정범구(鄭範九) 김성호(金成鎬·이상 민주당) 김원웅(金元雄·개혁당) 서상섭(徐相燮·한나라당) 의원은 파병 반대를 주장했고 박세환(朴世煥) 오세훈(吳世勳·이상 한나라당) 의원 등은 찬성토론을 벌였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이라크전쟁 파병 결정 이유와 배경
―명분론에 발목잡혀 한미관계를 갈등관계로 몰아가는 것보다 어려울 때 미국을 도 와주고 한미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길이 될 것이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한 한반도에서는 어떤 전쟁도 없을 것이고, 미국은 한국과의
합의가 없는 한 북핵 문제를 일방적으로 처리하지 않을 것이다.
―대등한 한미관계를 위해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정을 한다면, 그것은 무모한 결 정이 될 수도 있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굳건한 한미공조가 중요하다.
―국제투자자들은 (한반도)전쟁의 위험에 대한 현실적 가능성보다 한미관계의 갈등 요소가 더 큰 (투자) 불안요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번 파병 결정은 이들의 불안 을 해소하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반대 및 기권의원 명단▼

▽반대(68명)=전용학 이재오 권오을 조정무 서상섭 김홍신 이부영 이우재 이성헌 김부겸 김영춘 장광근 권영세 박종희 안영근 전재희 원유철 박승국 원희룡 이병석 김낙기 이승철(이상 한나라당·22명) 정범구 이 협 조배숙 신계륜 김근태 전갑길 김희선 강운태 송영길 최영희 이강래 이창복 김태식 김성호 임종석 조한천 이미경 신기남 심재권 최재승 설 훈 문석호 천정배 정철기 조성준 오영식 설송웅 고진부 이해찬 박인상 최용규 김충조 김태홍 이재정 김명섭 이호웅 김영환 정동채 김경천 배기운 조재환 이희규 송석찬(이상 민주당·43명) 김원웅(개혁국민정당) 안동선(자민련) 오장섭(무소속)

▽기권(9명)=임태희 김문수 권기술 임진출 박주천(이상 한나라당) 김경재 이훈평 박병석 박양수(이상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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