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교 40년 산증인 선준영 駐유엔대사

  • 입력 2003년 4월 2일 19시 13분


“세계 속에서 한국이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지 객관적으로 정확히 파악하는 게 가장 시급한 일입니다.”

외교관 생활 40년째로 ‘한국 외교의 산 역사’인 선준영(宣晙英·64·사진) 유엔주재 대사는 지난달 말 뉴욕 유엔본부 건너편 그의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외교관이나 일반국민이나 자신과 국가의 위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외교 현장에서 친구를 많이 만들어놓는 것이 무엇보다 의미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서는 지식과 언어가 필요한데 우리는 노래방에 가거나 ‘형님 한잔, 아우님 한잔’하면서 끼리끼리 만나 노느라 바쁘다”는 지적을 빠뜨리지 않는다.

그가 후배 외교관들에게 강조해 온 것은 ‘제몫 찾기 외교’. 1991년 유엔에 가입한 한국이 내는 유엔 분담금이 정규예산 2499만달러(10위), 평화유지군 예산 2800만달러(13위)에 이르는 만큼 이에 걸맞게 유엔 무대에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외교무대에서 주목을 받으려면 찬성이 아닌 반대를 해야하고, 그러려면 토의 안건의 내용과 전개방향을 꿰뚫고 있는 것은 물론 말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 대사는 이런 취지에서 작년 말 유엔대표부 직원들에게 영영사전을 선물하기도 했다.

고등고시(13회) 출신 가운데 유일하게 정부에 남아 있는 선 대사는 “외무부 근무를 시작한 1963년 이후 가난, 군사정권, 경제발전, 민주화 등으로 상징되는 한국을 대표했던 셈”이라며 “유럽의 안정된 나라 외교관들은 ‘역동적이고 일하는 보람이 있겠다’면서 한국 외교관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우루과이라운드협상, 미국과의 쇠고기개방 협상 등 통상협상을 가장 많이 다룬 외교관인 선 대사는 “협상테이블에서는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해 주는 것이 기본태도”라고 말했다.선 대사는 유엔의 한국인 직원 채용과 관련해 “외국어실력 경력 나이 리더십 등 자격기준에 맞는 후보자를 찾지 못해 자리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하면서 ‘유능한 젊은이들의 도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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