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언론관과 서동구(徐東九) 전 KBS 사장 인선 문제, 기자의 사무실 출입 금지 조치 등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의원은 “노 대통령은 방송과 인터넷 언론에 대해서는 굉장히 우호적이나 유력 일간지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박해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며 “‘나에게 잘해 주면 내 편이고 못해 주면 남의 편’이라는 언론관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또 “신문은 시장에 의해 통제를 받고 있는데 노 대통령은 (언론을) 왜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라고 말하는가”라고 추궁했다.
이에 고건(高建) 총리는 “언론에 대한 통제는 독자, 시청자 등 사회 구성원과 그를 중심으로 한 언론시장에 의해서 평가를 받는다”며 “언론 스스로의 책임 하에 평가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남 의원은 또 서 전 KBS 사장 인선과 관련, “대통령의 추천이 어떻게 간섭이 아니냐. KBS 사장 추천권은 KBS 이사회에 있다”면서 “(KBS 새 이사회를 선임할) 방송위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 총리는 “방송위원들의 임기는 5월15일까지”라고 답했다가 남 의원로부터 “2월10일로 만료됐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같은 당 최연희(崔鉛熙) 의원은 “노 대통령은 언론이 자신을 박해하는 권력이라고 못 박았다”며 “언론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은 언론 탄압”이라고 말했다. 이에 고 총리는 “노 대통령은 일부 언론의 일방적인 보도 성향에 대해 그런 말을 한 것”이라면서도 ‘일부 언론’을 대라는 질문에는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운태(姜雲太) 의원은 “정례 브리핑제 도입은 행정 정보 공개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한 이후에 도입하는 것이 순서”라며 “기자의 사무실 취재 제한도 정례 브리핑제를 정착시킨 다음 실시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이라크전 파병▼
민주당 조한천(趙漢天) 의원은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이라크전 파병 결정을 ‘국익’ 차원에서 조목조목 따졌다.
조 의원은 “미국 기업들은 종전 후 실시될 항만 공항관리 전력 도로 등 8개 사업에 참여키로 했고 그 규모는 최소 100억∼250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우리나라도 전후 복구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파병의 명분으로 ‘한미 동맹관계’를 들고 있는 데 한반도 전쟁방지에 대한 확고한 보장은 얻어냈느냐. 미국의 북핵 해법 과정에서 우리의 주도권을 인정하거나 우리의 독자적인 대북 정책을 인정키로 했느냐”고 물었다.
고건(高建) 국무총리는 “미국과 구체적으로 복구사업 계획을 논의하기에는 시기가 맞지 않았다”며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 총리는 “앞으로 한미동맹관계를 토대로 복구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다할 것이며 북핵 해결 과정에서도 우리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강화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나라당 최연희(崔鉛熙) 의원은 “대통령이 이라크전 파병 결정을 내리고도 반대 입장도 맞다고 하는 등 이중적 처신을 하는 바람에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정부 내 혼선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대정부질문 요지▼
▽최연희의원(한나라당)
대통령직인수위 백서에 포퓰리즘이 더 필요하다는 표현이 담겨있는데 정부의 공식입장인가. 지방에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조한천의원(민주당)
이라크전 파병과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이라크전 뒤 복구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약속과 한반도 전쟁 방지에 대한 확고한 보장을 받았는가.
▽남경필의원(한나라당)
방송 3사의 방송시장 장악은 지적 않고 유독 비판신문의 시장점유율을 문제삼는 건 대통령이 왜곡된 언론관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강운태의원(민주당)
북한이 핵과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국제사회는 ‘한반도 평화개발기금’을 창설해 북한 경제 회생 프로그램을 뒷받침해야 한다.
▽이병석의원(한나라당)
20만달러 수수의혹, 김대업씨의 병풍의혹, 나라종금 사건 처리가 모두 대선 이후로 늦춰짐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해쳤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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