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오보백서는 편집권 침해"…'자의적 해석' 잇단 비판

  • 입력 2003년 4월 7일 19시 00분


대통령직인수위가 6일 발간한 ‘오보(誤報)백서’에서 문제있는 보도라고 든 사례의 상당수가 인수위의 일방적이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한 결과여서 비판이 일고 있다.

우선 인수위는 ‘사진 선택에도 의도가 있다’는 제목 아래 1월14일자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게재된 사진을 문제삼았다. 이 사진은 김석중 전경련 상무의 ‘인수위의 목표는 사회주의’ 발언 파문과 관련해 전경련측에서 인수위측에 전경련 회장 명의의 해명서를 전달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이 사진은 두 신문사가 자체적으로 촬영한 것이 아니라 사진공동취재단의 K일보가 촬영해 배포한 두 종류 중 하나를 골라 쓴 것이다. 그런데도 인수위는 이런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동아 조선은 정순균(鄭順均) 인수위 대변인이 전경련 관계자들의 시선을 외면한 채 한 손으로 해명서를 건네 받는 사진을 게재해 인수위의 고압적 측면을 부각하려 했다”며 “사진 게재에도 언론사의 의도가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동아 조선이 자체적으로 촬영해 같은 사진을 게재했다 하더라도 뉴스와 사진의 해석 문제는 언론사의 고유 권한으로 이런 주장은 명백하게 편집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인수위는 또 ‘살벌한 기자실’기사(1월16일자 조선일보)와 ‘인수위 서약서 살벌’기사(1월17일자 동아일보)에 대해 “일부 언론 가운데 상황에 따라서는 암묵적으로 의견일치를 보는 경우가 있다”며 두 기사를 같은 의도를 갖고 쓴 것처럼 평가했다. 그러나 앞의 것은 인수위와 기자실 간의 분위기를 전달한 기사이고 뒤의 기사는 인수위 직원들에게 받은 비밀준수 서약서 내용이 다소 살벌하다는 취지여서 근본적으로 내용이 다른 기사다.

인수위가 인수위원 개인의 의견을 인수위 정책으로 보도했다는 ‘검찰-재야법조-시민단체 3명씩 검찰인사위 구성 추진’ 기사(1월6일자 동아일보)에 대한 지적도 무리한 주장이다.

본보는 당시 검찰분야를 맡은 박범계(朴範界) 인수위원과 2시간 넘게 인터뷰를 한 끝에 그가 밝힌 방안을 있는 그대로 보도했으며 이 방안은 현재도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인사청탁 새 정부 줄대기 법석’기사(1월15일자 동아일보)의 경우도 인수위는 기사 내용 중 일부 사실에 오류가 있다는 점을 꼬투리 잡아 전체 기사가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취급했다. 인수위는 “기사에서 인용된 ‘경찰청 총경 인사잡음’ 등 일부 내용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고 주장했지만 총경 인사 로비 부분은 실제 그런 부탁을 받았다고 밝힌 여권 인사의 얘기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한편 한나라당 박상웅(朴相雄) 부대변인은 7일 논평을 통해 “해석의 차이를 무시한 채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라고 무조건 과장 왜곡보도로 분류한 것은 언론의 비판 기능을 말살하겠다는 태도”라며 “이번 백서는 언론의 비판과 견제 기능을 무기력하게 만들겠다는 이 정부의 언론탄압 정책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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