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출신 국회 정책연구원 대폭 확충 黨인력 편법활용 논란

  • 입력 2003년 4월 7일 19시 03분


여야가 정당 출신 국회 정책연구위원수를 대폭 늘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한나라당은 3일 당무회의에서 ‘국회의 입법권한과 정책개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며 정당 출신 정책연구위원을 현행 32명에서 100여명으로 늘리는 국회법과 국회사무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민주당도 이 같은 움직임에 사실상 동조하고 있어 관련법 개정안은 빠르면 이달 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현재 국회에서 활동 중인 정당 추천 정책연구위원은 32명. 교섭단체 의석비율에 따라 한나라당 19명, 민주당 13명이다.

한나라당 개혁특위 홍사덕(洪思德) 위원장은 이에 대해 “원내정당화를 구현하기 위해선 현재 당대표 직속인 정책위원회를 의원총회 산하에 둬 소속 의원의 입법활동을 보좌토록 하고, 이를 위해 한나라당 추천 정책연구위원수를 50∼60명으로 대폭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정책연구위원은 “지금 국회는 정부편에 서서 법안심사 예산심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정당 출신의 정책연구위원을 보강해 정부의 입법기능을 견제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책연구위원수를 대폭 늘리려고 하는 것은 그런 명분이나 필요성보다는 정치개혁 여론에 떠밀려 비대한 중앙당 기능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여야가 몸집을 줄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여인력을 국회로 흡수하려는 편법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 더 많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국회 정책연구위원은 당 사무처 요원들이 경력 관리 차원에서 돌아가면서 맡는 것이 관례”라며 “전문성 함양은 다소 현실과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더구나 이들은 그동안 소속 정당의 정책위원회 연구위원도 겸직하고 있어 국회가 사실상 정당 직원의 급여(1인당 연 3000만∼6000만원)를 편법 지원하고 있다는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이 확정되면 연간 20억∼40억원의 예산이 더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이미 의원들의 입법 기능 보좌를 위해 법제예산실을 대폭 강화했으나 실제 의원들의 활용도는 미진하다. 따라서 무턱대고 정당 출신 연구위원수만 늘리고 보자는 것은 결국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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