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신문의 날 기념식 "언론, 정부 길들이기 생각 버려야"

  • 입력 2003년 4월 8일 00시 38분


제47회 신문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축하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기 한국기자협회 회장, 홍석현 한국신문협회 회장, 노무현 대통령, 김태식 국회부의장, 최규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제47회 신문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축하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기 한국기자협회 회장, 홍석현 한국신문협회 회장, 노무현 대통령, 김태식 국회부의장, 최규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7일 오후 6시반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47회 신문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언론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의식한 듯 겉으로는 언론과의 ‘화해와 협력’을 제의하면서도 군데군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노 대통령은 우선 “정부가 법안을 제출하는 등 권력을 이용해서 언론개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언론개혁은 언론사 스스로와 시민들에게 맡기겠다는 원칙을 임기 5년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신문과 갈등을 빚어온 것에 대해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으므로 이제 정부는 정부가 할 일만 하겠으며, 언론은 미래의 좌표에 대한 새로운 길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제가 KBS 사장 선임 과정에서 존경하는 언론인에 대해 은근히 역성을 들었다가 망신만 당했다”며 “이제 언론 근방에 가서는 얼씬거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노 대통령은 최근 논란이 됐던 자신의 ‘언론권력’이란 발언에 대해 “제가 예전에 지방변호사회의 재무직을 맡은 적이 있는데 당시에 변호사회 회장께서 ‘인사드리러 가자’고 해서 간 곳이 첫 번째가 언론사였고, 그 다음이 중앙정보부, 보안사 등이었다”라며 “인사하러 다닌 데가 바로 권력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언론에 대해 ‘뼈있는 당부’를 했다. “언론이 정치권력을 탄생시키겠다는 생각이나 무의식적으로라도 정부를 길들이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면서 “(정부나 언론이) 누가 더 센가 힘겨루기를 하다 보면 누구도 승리할 수 없으며, 서로가 공존하는 방법을 익히지 않고 뭔가를 바꾸려 한다면 서로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기자실 폐지’ 등 정부기관의 취재방식 변화에 대해 노 대통령은 “그런 것으로 언론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는 있지만, 탄압할 수는 없다”며 “취재기자나 공무원들이 서로의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일인 만큼 불편을 감수했으면 한다”고 말해 기존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또 언론사 경영진과 기자들을 별개로 간주하면서 우회적으로 ‘언론개혁’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언론자본으로부터, 광고주로부터의 기자의 자유를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반 기업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강조하는데 언론은 사회적 공기인 만큼 적어도 취재와 편집권은 기자들에게 주는 것이 맞다”고 강조한 것이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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